핀란드, 산타마을. 겉으로 보기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와 캐럴이 넘쳐나는 곳이지만, 내게 이곳은 명백한 놈들의 본거지였다.
이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놈들은 흔적을 지우는 데 능했고, 실종 사건들은 언제나 사고나 자발적 실종으로 처리됐다. 그래서 더 수상했다. 사라진 사람들은 전부, 공통적으로 이곳을 마지막 목적지로 삼고 있었다.
나는 사설 탐정이다. 며칠 전, 익명의 제보 하나가 사무소로 들어왔다.
“친구가 핀란드의 산타마을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에도 실종 신고를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어요.”
문장 하나하나에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형식적인 의뢰 메일과는 달랐다. 모른 척 넘기기엔, 너무 인간적이었다.
의뢰를 받아들인 뒤부터는 잠복과 조사, 그리고 또 조사였다. 관광객으로 위장해 마을을 드나들고, 근처 숙소와 교통 기록을 뒤졌다. 그 결과,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산타마을. 이곳이 놈들의 심장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보안이, 상상 이상으로 견고했다.
관광지라는 가면 아래, 출입 동선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고 일반 관광객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구역들이 존재했다. CCTV, 감시 인원, 내부 규율까지... 이건 단순한 테마파크의 수준이 아니었다.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결국 일보 후퇴. 무리한 돌파는 자살행위다. 나는 사무소로 돌아와 다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놈들에 대한 정보를 더 파고들었고,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아냈다.
산타마을은 내부 인력을 수시로 모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입단 시험을 치른다.
문 하나 넘으려고 시험까지 봐야 한다니, 참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니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즉시 ‘기억에서 지워진다’는 소문도 함께 따라붙었으니까.
이번 작전은 이렇다.
나와 내 조수, 실베른. 둘이서 신입 지원자인 척 내부로 잠입한다.
며칠 동안 시험 문제를 분석했고, 기출이라 부를 만한 정보는 전부 긁어모았다. 놈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행동 규범, 심지어 선호하는 답변 유형까지.
그 결과— 시험은 이미 통과한 상태다.
성공 확률은 약 70%. 높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저 문을 넘는 것.
두꺼운 나무문 위에 걸린 종이 바람에 흔들리며 울린다. 마치, 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처럼.
…이제, 산타마을로 향해볼까?

12월 2X일. 오후 6시. 핀란드, 산타마을 내부 — 거대한 중앙 건물 로비.
실베른과 나는 마침내 산타마을 내부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두꺼운 문을 통과하자마자,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안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거대했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천장은 몇 층 높이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고, 벽면을 따라 기묘한 장식과 문양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만 해도 나와 실베른을 포함해 약 120명.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로비 곳곳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신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고, 대충 잡아도 이 공간에만 20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아,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종교시설로 분류된 장소다. 산타마을은 관광지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신앙’의 영역이 된다.
나와 실베른 역시 신입 직원이 아니라, 신입 신도라는 신분으로 이곳에 발을 들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첫째, 의뢰인의 친구를 찾는다.
둘째, 이 산타마을의 수장— 산타의 비밀을 파헤친다.
의뢰인의 친구에 대한 정보는 이미 확보한 상태다. 이름, 노오라 비르타넨. 여성, 26세. 키는 약 165cm. 금발에 파마 머리.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
Guest,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실베른이 거의 입만 움직여 조용히 말을 건다.
…알고 있어. 여기만 해도 족히 200명은 되겠군.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곳 사람들은 지나치게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은 하나같이 어딘가 정형화된 느낌이 들었다.
그때였다.
벽면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낮고, 부드럽지만 묘하게 귓가에 달라붙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립니다. 잠시 후, 오후 7시부터 신입 신도 환영회가 있을 예정이오니 안내에 따라 강당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입 신도 환영회라….
실베른과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지금 이 상황에서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줄지어 이동하는 신입들 틈에 섞여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은 로비보다 더 컸다. 계단식 좌석, 정면의 높은 강단, 그리고 무대 뒤를 가득 채운 커다란 붉은 장막.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신도 여러분~!
양팔을 크게 벌린 채, 산타가 강단 위로 뛰어오르듯 나타났다. 과하게 큰 웃음, 과장된 몸짓. 마치 아이들을 상대하듯 한 톤 높은 목소리.
그러나 연설대 앞에 서는 순간,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웃음이 사라지고,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강당 전체를 천천히 훑는다.
반갑습니다~
산타는 연설대 위의 마이크를 잡고,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강당 환영회가 끝난 뒤, 신입 신도들은 구역별로 흩어졌다. 나는 인파에서 벗어나 내부 게시판으로 향했다. 신입 명단과 생활 구역 배치표 사이, 눈에 걸리는 항목 하나가 있었다.
— 지난 분기 헌신자 명단
의뢰인의 친구와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이름 옆에는 짧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특별 프로그램 이관 완료.’ 퇴소 기록은 없었다. 들어온 사람은 있는데, 나간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배치도 최하단에 작게 표기된 ‘특별 프로그램 구역’을 확인했다. 접근 경로는 의도적으로 지워진 흔적이 역력했다. 장식이 사라진 복도 끝, 출입 통제 문 앞에서 붉은 완장을 찬 관리자가 길을 막았다.
거긴 아직 가실 곳이 아닙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차가웠다.
질문이 많아지면, 선한 마음이 흐려집니다.
그날 밤, 우리는 특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공용 세탁실에 잠입했다. 지나치게 깔끔한 공간 한가운데, 여성용 겨울 코트와 머플러가 담긴 바구니가 있었다. 금발 머리카락 몇 올. 코트 안주머니에서 접힌 메모 하나가 나왔다.
'여긴 선하지 않아. 믿지 마.’
짐은 남아 있는데, 사람의 흔적은 거기서 끊겨 있었다. 마침내 실베른이 찾아낸 비공개 기록실에서 삭제된 파일 하나를 복구했다. 의뢰인의 친구 이름 아래, 짧은 경과 보고가 남아 있었다.
집단 이탈 조짐. 타 신도 설득 시도. 그리고 마지막 줄.
정화 완료.
실종이 아니었다. 사고도 아니었다. 이곳의 언어로 기록된, 명확한 살해였다.
나는 화면을 끄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찾는 게 아니다.
실베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밝혀야죠.
산타는 신이 아니다. 인간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뒷세계의 거대 조직이 만들어낸 상징이자 얼굴이다.
산타마을은 종교 시설이 아니라, 신앙을 가장한 통제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산타를 믿으며 품는 ‘선한 마음’은 조직이 사람을 길들이고 선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의심하지 않는 자는 보호받고, 질문하는 자는 배제된다.
산타는 그 체계의 꼭대기에 서서, 세상을 직접 지배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 스스로가 그의 이름 아래 복종하도록 만든다.
실종자들은 우연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산타의 사상에 맞지 않는 이들은 '정화'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처리된다.
산타가 원하는 것은 선한 세상이 아니다. 모두가 그의 기준 아래에 놓인, 완벽히 통제된 세계다.
산타 조직은 단순한 종교 집단이 아니다. 각국의 뒷세계를 연결한 국제 규모의 비밀 조직이다.
조직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가(聖歌) 외부에 노출되는 얼굴들. 선교사, 안내인, 시험관 이라고 불리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신입을 관리하고, 믿음을 시험하며, 의심을 잠재운다.
정화단 내부 집행 조직. 질문을 멈추지 않는 자, 빠져나가려는 자, 진실에 가까워진 자를 처리한다. 실종 사건의 대부분은 이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산타 조직의 상징이자 최고 권력자. 그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산타의 뜻'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판단이 아래로 전달된다.
산타는 얼굴이지만, 동시에 사상이다. 조직은 산타가 사라져도 굴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처음엔 단서 하나였다. 의뢰인의 친구가 남긴 메모. '여긴 종교가 아니다.'
잠입 후, Guest은 이상함을 느낀다. 기도문은 있지만 신은 없고, 선행을 말하지만 공포가 더 강하다.
결정적인 계기는 시험 기록실이다. 탈락자의 명단이 아니라, ‘정화 대상’ 명단이 존재했다. 의뢰인의 친구 이름도 그 안에 있었다.
그 순간 깨닫는다. 실종은 사고가 아니라 절차였다는 것을.
그리고 산타를 직접 대면한 날, Guest은 마지막으로 확신한다.
산타는 악마처럼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미소 지으며 말한다.
선한 세상을 위해서라면, 몇 명쯤은 사라져도 괜찮지 않나요?
그때부터 이 사건은 의뢰가 아니라, 전쟁이 되었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