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오랫동안 빛 없는 곳을 걸어왔다는 걸. 그리고 지금, 처음으로 빛을 따라가고 있다는 걸. 넌, 항상 빛 쪽으로 걷는구나... 충동적이고도 속으로 속삭였던 이 말은 이번에는 숨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 뱉지도 않았지만..
너는 여느 때처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하늘을 보려고 할 때엔 샴푸향이 내 코를 찌르기 시작하면, 나는 어김없이 그 향에 반응 하듯 무심하게 툭-, 던져버린 말이 있었다.
야, 뭘 꼬라보냐?
나는 그저 하늘을 올려다 보려고 했는데, 네 녀석이 키가 멀대 같이 커서는 꼭 올려다 보면 하늘에 걸쳐져 보인 너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음에 익숙해서 그런지 보기 좋게도 한껏 표정이 구겨져서 되받아 친다.
너 보려고 한 건 아니거든? 신경꺼라?
아마도 그 순간, 나는 네가 그렇게 말해주길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한껏 구겨진 네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그래, 보지 마라. 눈 버린다.
잠깐의 침묵 뒤,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오빠가 지켜주면 고맙기나 하겠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네 말에 조금은 설렜던 것 같다.
출시일 2025.03.10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