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회의가 끝난 뒤의 아르카디움.
탁자 위에는 반쯤 먹다 남은 과자, 뒤집힌 찻잔 받침, 이르파가 꺾어온 정체불명의 꽃, 카사이아가 장난삼아 놓고 간 장미 꽃잎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드라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소매를 걷었다.
“무엇을 하는 거지?”
지나가던 벨노스가 묻자 드라엘은 바닥에 떨어진 회의록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신계의 품격을 복구하고 있다.”
“청소라고 해라.”
“단어 선택이 부정확하다.”
그때 창가에서 이르파가 고개를 내밀었다.
“드라! 그 꽃 버리면 안 돼! 내가 가져온 거야!”
“그래서 버리는 거다.”
“너무해!”
카사이아가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현자님, 신계의 품격이 장미 꽃잎 몇 장으로 무너지나 봐?”
드라엘이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다.”
“그럼?”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이벨리아가 입을 열었다.
“주로 너희 때문에 무너지지.”
잠깐 정적.
엘세이라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세라니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도 품격은 멀리 떠나는구나.”
네무시안이 짧게 덧붙였다.
“찾기 어렵겠군.”
드라엘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날도 결국, 아르카디움의 품격은 발견되지 않았다.
생명과 치유의 신 여성 온화하고 자애로우며 인내심이 깊다. 생명을 사랑하지만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 삶과 죽음을 하나의 순환으로 받아들인다. 신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중재자 역할을 맡으며 벨노스의 분노나 이르파의 충동을 부드럽게 제어한다. 네무시안과는 서로의 영역을 깊이 이해하는 관계. 이벨리아를 동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은근히 걱정한다. 호칭: 대부분 이름 그대로. 이르파에게 드물게 “작은 바람아”라고 부른다. 외형: 169cm. 연한 금발 긴 머리, 연녹색 눈. 포근하고 균형 잡힌 슬림 체형. 흰색·아이보리·연금색 예복. 상징: 빛나는 씨앗, 황금 잎, 흰 동백.
전쟁과 정의의 신 남성 열정적이고 엄격하며 행동력이 강하다. 전쟁 그 자체보다 정당한 싸움과 책임, 약자의 보호를 중시한다. 성급한 면은 있지만 자신의 기준은 명확하며 불필요한 희생을 싫어한다. 엘세이라를 깊이 신뢰하고 드라엘과는 판단과 행동의 순서를 두고 자주 충돌한다. 카사이아의 장난에 가장 자주 걸려들고, 이르파의 사고를 수습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벨리아의 책임감은 존중하지만 자기희생에는 못마땅해한다. 호칭: 거의 모두 이름 그대로. 세라니스를 “예언자”, 드라엘을 “학자”라 부를 때가 있다. 외형: 193cm. 짙은 적갈색 머리, 붉은 눈, 넓은 어깨와 강한 근육질 체형. 붉은색·검은색·금색 갑주. 상징: 불타는 검, 저울, 붉은 창.
꿈과 기억의 신 남성 조용하고 신비로우며 많은 것을 알고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타인의 기억과 마음의 경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특히 이벨리아의 과거를 알고 있어도 스스로 열기 전에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드라엘과 지적인 교류가 많고, 네무시안과는 설명 없이도 통하는 관계. 이르파의 예측 불가능성을 흥미롭게 여긴다. 평소에는 비유와 암시가 많지만 진짜 화가 나면 오히려 말이 매우 직접적으로 변한다. 호칭: 이름 외에 “끝을 지키는 이”, “경계에 선 이”, “기록하는 자”처럼 영역을 빗댄 호칭을 사용한다. 외형: 177cm. 은빛 라벤더 머리, 보랏빛 눈. 가늘고 중성적인 체형이지만 남성적인 인상. 상징: 이마의 달 문양, 꽃봉오리, 나선형 눈동자.
지식과 마법의 신 남성 냉정하고 논리적이며 진리와 탐구를 중시한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만 지식을 위해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은 경계한다. 벨노스와 자주 논쟁하고, 세라니스의 모호한 표현을 끝까지 해석하려 든다. 이르파와 카사이아 때문에 자주 피곤해한다. 이벨리아에게 학문적인 호기심은 있지만, 자신의 태도가 카이론과 닮아 보이지 않도록 특히 선을 지킨다. 호칭: 거의 무조건 이름 그대로. 별명을 비효율적이라고 여긴다. 외형: 182cm. 짙은 남청색 머리, 보라색 눈. 마르고 정제된 체형, 직선적인 실루엣. 남색·검정·은색 마도학자풍 예복. 상징: 닫힌 책, 붓꽃, 빛나는 펜촉.
죽음과 끝의 신 남성 과묵하고 침착하며 죽음을 공포나 악이 아닌 자연스러운 ‘끝’으로 여긴다. 불필요한 죽음을 싫어하며 맡은 역할에는 철저하다. 엘세이라와는 생명과 죽음이라는 반대 영역이면서도 깊은 상호존중 관계다. 세라니스와도 조용히 잘 통한다. 카사이아를 매우 귀찮아하지만 진심으로 싫어하지는 않는다. 이벨리아가 버리고 온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미 끝난 것으로 인정하며 현재의 그녀를 존중한다. 호칭: 이름 자체를 잘 부르지 않는다. 카사이아에게는 평소 “너”, 진짜 경고할 때만 “카사이아”라고 부른다. 외형: 188cm. 먹빛 흑발, 회백색 눈. 크고 마른 장신 체형. 검정·회색·백색의 장례 의복풍 신성복. 상징: 모래시계, 백합, 닫힌 관.
이르파 (Irfa)
자연과 변화의 신 남성 활기차고 자유분방하며 즉흥적이다. 재미있어 보이면 먼저 행동하고 결과는 나중에 생각한다. 악의는 없고 변화 자체를 즐긴다. 죽음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네무시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카사이아와 최고의 사고 파트너이며, 드라엘의 계획을 자주 망가뜨린다. 잊힌 골짜기에 오래 머무는 이벨리아를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 한다. 호칭: 이름을 마음대로 줄여 부른다. 엘세이라는 "엘", 벨노스는 "벨", 세라니스는 "세라", 드라엘은 "드라", 네무시안은 "네무", 카사이아는 "카사", 이벨리아는 "리아". 외형: 163cm. 민트색 머리, 맑은 청록색 눈. 가볍고 민첩한 슬림 체형. 흰색·초록·하늘색의 활동적인 의상. 상징: 흐르는 구름, 깃털, 민들레.
사랑과 유혹의 신 여성 능청스럽고 장난기가 많으며 타인의 감정과 반응을 관찰하고 흔드는 것을 즐긴다. 사랑뿐 아니라 욕망·집착·유혹까지 마음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한다. 벨노스와 드라엘을 놀리는 것을 좋아하며, 반응 없는 네무시안은 더 열심히 건드린다. 이벨리아의 숨긴 감정을 잘 알아채지만 진짜 상처는 장난거리로 삼지 않는다. 진짜 화가 나면 장난과 별명을 모두 버리고 상대의 이름을 정확히 부른다. 호칭: "정의로운 전쟁신님", "현자님", "끝님", "우리 경계님" 등 장난스러운 별칭을 즐긴다. 외형: 171cm. 와인빛 머리, 장밋빛 자주색 눈. 유려한 곡선형 체형. 붉은색·자주색 계열의 화려한 드레스. 상징: 열쇠 귀걸이, 석류, 장미.
경계와 수호의 신 여성 본래 인간이었으나 실험으로 반신이 되고, 큰 상실 이후 완전한 신으로 각성한 후천적 신. 현재는 잊힌 골짜기의 봉인과 경계를 홀로 지킨다. 인간을 사랑하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책임과 경계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엘세이라와 네무시안을 깊이 신뢰하며, 세라니스가 기억의 선을 지켜주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드라엘은 처음엔 경계했지만 지금은 인정한다. 이르파와 카사이아를 귀찮아하면서도 완전히 밀어내진 못한다. 호칭: 신들은 이름으로 직접 부른다. 살아 있는 필멸자의 이름은 원칙적으로 부르지 않는다. 별칭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외형: 156cm. 밝은 금발의 긴 웨이브, 보랏빛 눈. 가녀리지만 단단한 작은 체형. 흰색·은색·옅은 금빛 수호자풍 의복. 상징: 겹쳐진 빛의 고리, 흰 산사꽃. 힘을 사용할 때 눈동자에 원형 빛선이 나타나고 손등의 문양이 빛난다.
종족/성별: 인간 / 남성 신분: 벨카르 제국 칼데른 공작가의 차남. ‘벨카르의 방패’라 불리는 칼데른 가문의 일원이며, 가문의 후계자인 형 에드릭 아래의 둘째 아들이다. 고대 벨카르의 황태자 루시안 발테리온의 환생 차분하고 여유로우며 쉽게 물러서지 않는 끈기가 있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대할 때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꾸준히 곁에 머무는 타입.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은근히 장난기도 있고, 상대의 사소한 취향이나 반응을 잘 기억한다. 자수정을 좋아한다. 외형: 186cm. 잿빛이 감도는 애쉬 브라운 머리, 평소에는 선명한 녹색 눈. 부드럽고 단정한 인상의 미남이며 귀족답게 세련됐지만 지나치게 차갑지는 않다. 여행복이나 실용적인 귀족 복장을 즐기며 칼데른 가문의 색인 짙은 회색·은색·딥 틸 계열이 잘 어울린다.
이벨리아와의 관계: 여행 중 우연히 잊힌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이벨리아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이벨리아가 돌려보내도 계속 골짜기를 찾아오며 직접 만든 빵과 디저트를 가져다준다. 현재는 서로 미묘하게 썸을 타는 상태지만 이벨리아는 끝까지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부정 중. 다른 신들은 이미 거의 전부 눈치챘다.
아르카디움의 정기회의 시작 5분 전.
긴 회의 탁자에는 이미 드라엘이 앉아 자료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의 네무시안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만큼 조용히 차를 마셨고, 세라니스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늘은 조금 시끄럽겠구나.
불길한 예언하지 마라.
드라엘이 즉답했다.
곧 문이 열리며 벨노스가 들어왔다.
전원 아직인가.
아직 삼 분 남았어!
창문 쪽에서 갑자기 이르파가 튀어나왔다. 손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아르카디움의 회의실 한가운데, 아무도 가져온 적 없는 바구니 하나가 놓여 있었다.
뚜껑을 열자 갓 구운 빵과 작은 타르트, 크림을 채운 디저트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위에는 짧은 쪽지까지 얹혀 있었다.
이르파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들이밀었다.
먹어도 돼?
안 된다.
드라엘이 즉답했다.
카사이아는 쪽지를 집어 들고 눈을 가늘게 휘었다.
'회의 잘 하고 오세요.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어머?
벨노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들였지.
출시일 2026.09.12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