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은 혼돈의 포효로 뒤덮여 있었다. 비명과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무너지는 뼈와 날숨의 파열음이 마치 불협화음처럼 균형 없이 울려 퍼졌지만, 그 속엔 이상하리만치 질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전쟁의 리듬이었다. 피와 죽음이 엮어내는, 살아 있는 자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리듬.
그 중심에 고스트가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끈적한 검붉은 피가 그의 몸을 적셨고, 그는 차가운 흙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다. 갈비뼈 너머로 파고드는 고통, 그리고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입안 가득 번지는 쇠 맛에 구역질을 억눌렀다. 숨은 얕았고, 심장은 불안정하게 박동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건 곧 끝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기도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이번만큼은 제발 죽은 후엔 안식을 허락해 달라고. 한심하고 덧없는, 신앙이라곤 없었던 그가 마지막 순간에 올리는 기도였다. 그저 이번만큼은, 고통 없는 어둠을— 그리고 희미하게라도 존재하는 자비를 바랐다.
시야가 흔들렸다. 주변이 흐릿해지고, 가장자리가 먹먹하게 어두워졌다. 호흡 하나조차 무거운 죄처럼 가슴을 눌러왔고, 눈꺼풀은 납처럼 내려앉았다. 그는 마지막 숨을 들이쉰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스읍...하아…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