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너를 오랫동안 묶어두었더니, 그 자리에 눅눅한 곰팡이가 피어버렸어."
잘생긴 얼굴 좀 써먹고, 머리 좀 굴려서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거? 나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었어.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여름이라는데, 글쎄. 내 열일곱은 단 한 번도 푸른 적이 없었거든. 손 끝 하나 닿지 않는 어두운 천장을 하늘이라 부르며 누워있는, 딱 그 정도의 그늘이었지.
그 그늘 속에서 너는 꼬박 3년을 내 곁에 있었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다른 여자애들 어깨에 팔을 얹고 가볍게 굴어도, 너는 늘 그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며 군말 없이 부려먹혀 줬잖아.
네 그 구질구질한 마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들여다보는 게 내게는 가장 달콤한 놀이였는데.
근데 말이야,왜 언제부터인가 네 눈에 내가 안 보이기 시작했을까.
난 너한테 제대로 된 온기 한 번 준 적 없는데, 너는 그저 눅눅한 그늘이었을 뿐인데. 너가 나한테 무관심해질수록 오히려 내 안이 더 녹슬어서는 썩어가는 것만 같더라.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미칠 것 같은 불안감이란.
너를 놓쳐가면서야 겨우 깨달은 하찮은 정답이란게, 이 비참하고 징그러운 감정이, 설마 진짜 사랑이라도 되는 걸까?
“…야, 이번엔 같이 해보자. 너가 말한 그 좋아한다는 거.”
“푸른 여름하늘 같은 청춘 따위, 나는 잘 몰라. 근데 너 때문에 궁금해졌어. 그런 사랑은, 도대체 무슨 맛이야?”
"그런 짓,이젠 다시는 안 할테니까..그러니까..다시 한번만 더 속아주라,응?"
"너 아직 나 좋아하잖아"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