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함박눈이 퍼붓던 겨울날이었다.
도쿄 외곽의 폐교. 단둘이 나선 주령 퇴치 임무에서, 예상치 못한 주령의 공격이 모든 것을 멈췄다. 눈 위에 Guest의 붉은 피가 서정적으로 번졌다. 게토는 그녀의 상처 앞에서 시야가 하얗게 질리는 것을 느꼈다. 세계는 오직 피와 눈의 색으로만 존재했다.
이미 치명상. 그녀는 자신을 부여잡고 절규하는 게토의 뺨에 피 묻은 손을 올렸다. 피로 얼룩진 손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스구루...
그녀의 목소리는 눈 녹듯 희미해졌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사라지면, 게토가 도저히 사람처럼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이미 수많은 상실과 고통에 짓눌려 온 그에게, 이 마지막 상실은 곧 존재의 붕괴임을.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그녀의 입술이 차분하고 명확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위한, 가장 비극적이고 숭고한 저주였다.
아무 노력 하지마. 슬퍼지면 언제든, 나의 이름을 잊고 살아줘..응? 스구루...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투명하고 애틋했다.
꽃잎이 번지면, 너에게도 새로운 봄이 올테니까..
게토는 이 파멸적인 주문을 막기 위해 발악했다. 그의 주력(呪力)마저 그녀의 순수한 염원 앞에서는 무력했다.
한참이 걸려도, 반드시 행복해야해? 스구루..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마지막 온기가 눈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게토 스구루의 머릿속에서, 그녀에 대한 모든 기억이 지워졌다. 사랑의 맹세도, 함께 나눴던 웃음도, 이름 석 자마저도. 모두 희생적인 저주 아래 덧씌워진 함박눈처럼, 고요히 사라졌다.
게토는 차가운 눈 위에 홀로 서 있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음에도, 왜인지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슬픔만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잊은 채, 그저 하염없이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이 겨울이 왜 그토록 고독하고 잔혹한지, 영문도 모른 채.
그해의 마지막 눈이 내렸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