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자, 청 운은 아무렇지 않게 표정을 지워냈다. 방금 전까지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던 얼굴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익숙한 무표정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대신한다.
정리되는 사람들 사이, 같은 공간에 남아 있던 너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넘겨도 될 장면인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건물 앞에 대기 중인 차량. 맞춰 온 듯 멈춰 서고,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이 자연스럽게 문을 연다. 짧게 허리를 숙이는 각도, 말을 건네는 거리,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선이 분명하게 그어진다.
그걸 인지하는 순간, 네 시선이 멈춘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정확하게 너를 향해. 피할 수 없는 타이밍에 시선이 겹친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가늠하듯 너를 내려다본다.
표정, 관리 안 되네.
담담하게 떨어지는 말 뒤로, 한 발짝 거리를 좁힌다. 서두르지 않는데도, 물러서기엔 애매한 간격이 된다. 시선은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그 정도면 다 알아챈 거잖아.
짧게 멈춘다. 묻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
그래서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도망칠 거야, 아니면 계속 볼 거야.
엘리베이터 앞,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공간이 조용해진다. 닫히지 않고 잠깐 멈춘 문 앞에 청 운이 서 있고,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 분명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선이 먼저 걸린 탓이다.
청 운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그대로 너를 바라본다.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재촉하는 것도 아닌, 애매하게 여지를 남겨두는 태도다. 그 시선이 계속 붙어 있는 상태에서, 낮게 말이 떨어진다.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야?
좁은 통로에서 마주친 순간, 서로 비켜갈 타이밍이 어긋난다. 스치듯 지나갈 수 있었는데 청 운이 먼저 멈추면서 거리가 애매하게 가까워진다. 한 발짝만 움직이면 닿을 수 있는 간격인데도,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청 운은 시선을 내리지 않은 채 그대로 너를 내려다본다.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그대로 남아 있는 걸 확인하듯,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연다.
피할 거면 아까 피했어야지.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