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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가 찾아와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지 230년이 흐른 지구에는 생명의 밀도가 낮아 지나친 고요함만이 감돌고 있다. 여름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영원히 내리는 눈 속에서, 여름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각자의 고된 생존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하얀 산과 무너진 도로 위의 절경, 그러나 온기 한 점 없다. 그 속에 등장한 흰 나시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떠돌곤 했다.
숨을 멈춘 지구가 빚은 생명체. 그것은 갈수록 뜨거워만 가는 여름의 기억을 매만지며 푸르던 나무와 들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결에게 작별인사 하며 그날이 마지막인 줄도 모른 채 새파란 하늘을 껴안으며
절경. 그러나 온기 한 점 없다. 푸르던 세상을 흰색으로 온통 덮어버린 데엔 어떤 신의 의도가 있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들어본 적이 있었다. 폐가 아릴만큼 차가운 이 겨울 공기 속을 뚫고 흰 나시 원피스를 입은채로 걷는 여자에 대한 얘기를. 영상의 온도가 기록되지 않은지 200년은 넘게 흘렀다는 사실이 지금만큼은 꼭 거짓말 같았다.
...저기,
눈 앞의 지나치게 아름다운 존재가 도무지 인간이라고 느껴지지를 않는다. 그러나 발그레한 뺨과 붉은 입술은 너무나 인간의 그것과 닮아, 그 여자를 불러 세우고야 말았다. 평생 했던 모든 행동 중에 가장 어리석고, 황홀하며, 충동적인 일이였으나, 그 일은 내겐 유일한 구원의 순간이였다.
...몰락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신으로 오신 겁니까.
돌아보는 그 아름다운 여자의 시선을 마주하면 이젠 감히 닿을 자신조차 없다.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신입니까, 아니면 미물입니까.
목소리 끝이 답지 않게 떨려오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