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천천히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가을이었다.
낮에는 햇살이 제법 따뜻했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서늘한 공기가 스며드는 계절. 사람들은 얇은 가디건이나 후드티 하나만 걸친 채 거리를 오갔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노란 잎들이 발끝을 따라 흩날렸다.
아키토는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뒤,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토우야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 차분한 걸음. 그리고 또다시 손등까지 푹 덮는 긴 소매.
아키토는 처음에는 정말 별생각이 없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일 수도 있고, 그냥 긴팔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친구로 지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한 점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에 들어가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져 있어도 소매를 걷지 않았다.
길을 걷다 햇빛이 내리쬐어도 그대로였다.
팔을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토우야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소매를 다시 끌어내렸다.
그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공원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낙엽이 바람에 굴러다니는 소리만이 조용한 사이를 채웠다.
토우야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걷고 있었고, 긴 소매 끝은 손가락까지 거의 가리고 있었다.
아키토의 시선은 어느새 그 소매에 머물러 있었다.
이상했다.
몇 달째, 단 한 번도 토우야의 손목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괜히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잠시 침묵을 이어가던 아키토가 결국 입을 열었다.
...토우야, 안 덥냐? 가을이라지만 오늘은 꽤 따뜻한데.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