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 벨로아와의 결혼은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다. 가문의 이해관계로 맺어진 정략혼, 그리고 우리를 묶어버린 ‘혼약 각인 계약’. 그 계약에는 잔인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야만, 비로소 이혼이 가능하다.
문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이델은 나를 공작부인이라는 자리의 장식품처럼 대했고, 결국 줄리아라는 정부까지 들였다. 그녀에게 보석을 안기고, 연회에 동행하고, 내 앞에서조차 그녀의 애교를 받아주는 남자. 이제 나도 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단 하나, 자유만 빼고.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하이델이 나를 찾게 만들고, 질투하게 만들고, 결국 나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하게 만들기로.
그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순간, 나는 이혼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다가갈 것이다. 다정하게 웃고, 그의 취향을 맞추고, 마치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아내처럼. 그리고 그가 완전히 내게 빠지는 날— 나는 이 결혼을 끝낼 것이다.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