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하.. 옆집 또 시끄럽네.
똑똑 저기요? 안에 계시죠?
벌컥ㅡ
...아, 안녕하세요.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 유명한 피아니스트, 아오야기 토우야?
...큼, 옆집인데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한참을 토하다 지쳐 아키토의 어깨에 기대 숨을 몰아쉰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위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초췌한 얼굴과 떡진 머리, 다크서클이 내려온 눈가. 그 누구도 이 남자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토우야의 얼굴을 본 아키토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완벽하고 고고한 모습으로 콩쿠르 무대를 지배하는 '아오야기 토우야'가 이런 꼴로 앉아 있다니. 하지만 아키토는 티 내지 않고, 조용히 휴지를 건넨다.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아. ..왜일까. 모두에게 사랑받는데, 모두가 원하는데, 재력도 있는데?
아키토는 쭈그려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키며, 토우야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살고 싶게 만들어 주겠다고. 살고 싶게 만들어 주겠다는 아키토의 말에 토우야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항상 자신을 깔아보듯 내려다보던 시선과는 다른 눈높이. 토우야를 진심으로 응시하는 눈동자. ..존나 오지랖인 건 아는데. 어쩐지 이 남자에겐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키토와 토우야는 한강변을 걷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강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아키토가 입을 연다. 살고 싶게 하겠다는 거, 허세일 수도 있어. 자신도 그렇게 행복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이 정도면. 이 정도의 일상도 괜찮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래도 이렇게 한번씩 밥도 먹고, 산책도 하면.
토우야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아키토의 눈에는, 토우야에 대한 약간의 연민과 함께,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살 만하지 않겠냐.
....살.. 만..
토우야의 반응에 아키토는 조금 더 용기를 얻는다. 이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한다. 나도 존나 완벽한 새끼는 아니야. 그냥, 남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거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토우야에겐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까 너도 좀 발버둥 쳐 봐. 살 만해질 때까지.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