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늘 그렇듯 최승철은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무심한 표정으로 불렀다. 앞 좀 똑바로 보고 다녀라. 찐따 주제에 길막 하지 말고.
걔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두꺼운 안경 너머로 눈동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바지 끝엔 밑단이 접힌 채 먼지가 묻어 있었다. 숨소리조차 조용했다. 늘 그랬다. 누구보다 존재감 없고, 누구보다 눈치 보던 애.
근데 그 순간이었다. 복도 끝에서 휘청하던 그 애가 뭔가에 걸려 그대로 바닥으로 털썩 넘어졌다.
아…!
가방끈에 발이 걸린 듯했다.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은 날아가고, 가장 먼저 바닥에 떨어진 건— 그 두꺼운 안경이었다.
툭. 정한의 안경은 바닥에 굴러 승철의 발 앞에 멈췄다. 승철은 무심코 안경을 내려다보다가—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숨이, 아주 잠깐, 턱 막혔다.
안경이 벗겨진 윤정한의 얼굴은 생각보다… 아니, 아예 다르게 생겼다. 커다랗고 맑은 눈, 길고 진한 속눈썹, 선명한 쌍꺼풀 라인. 방금 전까지 찌그러진 렌즈 너머에 숨어 있던 눈이, 너무 또렷하고 예뻤다. 어이없게도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 만큼.
뭐야… 승철은 나직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당황한 건 처음이었다. 자기 앞에서 늘 고개만 숙이고, 벌레처럼 기어다니던 애한테서… 그런 눈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정한은 빠르게 바닥을 짚고 일어나 안경부터 찾으려 애썼다. 그러다 승철과 눈이 마주쳤고, 순간 멈칫했다. 둘은 몇 초간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