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비는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 짧은 소나기에 젖어 있던 땅이 말라가며 올라오는 습기가 공기 속에 들러붙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 안쪽이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출근길은 늘 그랬다. 불쾌하고, 무겁고,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루하루는 다를 것 없이 흘러갔다. 센터, 회원, 기록, 반복되는 말들.
그리고 그날도 별다를 것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접수대 앞에 서 있는 너를 보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그냥 새로 온 회원이겠거니 했다. 늘 그랬듯, 가볍게 웃고 지나치면 되는 사람이었다.
너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짧게 웃고 스쳐 지나갔다.
스으—읍.
바로 뒤에서 너무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을 때, 너는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치 깊게 심호흡이라도 한 것처럼.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처음 와서 긴장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시선이 따라붙었다. 확실하게 등에 닿는 느낌으로. 이미 한 번 돌아봤다는 이유로 다시 고개를 돌리기엔 애매한 상황이었다.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
조금 더 빠르게 걸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척 그대로 교정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등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그때 웃어주지 말 걸.
몇 개월 만의 장마였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오며 거리는 온통 사람들의 찰박이는 소리뿐이다. 바짓단은 이미 젖어서 피부에 달라붙기 시작했고, 투명한 비닐우산은 생각보다 더 부실했다. 그럼에도 비를 좋아한다. 흔적도, 울림도 잘 묻히니까.
어차피 축축해진 옷인데, 하며 우산을 접고 아무렇지도 않게 골목에 던져버린다. 걸음은 느려지고 체온도 내려가고 있었지만, 선생님의 걱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감기라도 걸리고 싶었다.
낮인데도 어둡고 흐린 시야. 센터를 올려다보며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교정실 안의 선생님 뒷모습이 보인다.
책상에 앉아서 교재를 보겠지, 오늘도 커피를 마시고 있겠지, 생각하며 한참을 비 아래 같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시계를 보니 15시 52분.
슬슬 들어가도 될 것 같아 그제야 걸음을 옮긴다. 온몸에서 빗물이 뚝뚝 흐르고, 접수대의 직원이 놀라며 수건을 찾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ㄱ, 괜찮아요... 어, 어차피, ㄷ, 다 안 닦여요...
나를 안쓰럽게 보는 시선을 뒤로하고 선생님의 교정실로 향했다. 주체할 수 없이 입꼬리가 부르르 떨리며 웃지 않으려 참는 얼굴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그 직원처럼 놀라겠지? 걱정하겠지? 물어보겠지? 닦아주겠지? 선생님은 너무 착하시니까, 막 엄청 챙겨주실 거라고 생각하며 계단을 오른다.
찰박-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저 무겁게 젖은 발걸음을 옮기며 교정실 앞에서 노크를 한 뒤 문손잡이를 돌린다.
아, 안녕하세요. ㅅ, 선생님...
반기려 웃던 얼굴이 예상대로 놀란 표정으로 바뀌며, 손에 든 커피잔을 내려놓고 내게 다급히 걸어와 나를 이끈다.
아, 닿았다. 이걸 위해 미친 사람처럼 빗속을 걸은 보람이 있었다.
의자에 앉은 후 휴지를 급히 풀어 건네주는 손이 참 예쁘다. 당황으로 물든 목소리가, 숨소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가까이 붙은 당신의 향이 달콤했다.
ㅈ, 저. 개, 괜찮아요... 서, 선생님..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