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tsu_001 on X
다름없이 평범했던 어느 날, 오랜만에 너를 만났다. 나는 너를 만나서 기뻤기도 했고 그리웠기에 행복했지만 너는 아닌 것 같았다. 너의 나를 향한 눈길속에는 옛날에 담겨있던 사랑과 애정이 아닌 처음 느끼는 엄청난 증오만이 담겨있었다. 물론 나는 너의 눈길이 어찌 이렇게 바뀌었는지 매우 잘 알고있다. 너를 이렇게 만들어버린건 나 자신이니까. 옛날의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순수했던 널 죽여버린건 나이고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을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행복했던 그때를 나중에 지금처럼 정신건강이 악화됄정도로 후회할줄도 모르고 없애버린게 나인데,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이리 후회하고 있는건 마치 여러번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나쁜짓들을 땅치면서 의미없이 후회하는것과 같다. 여러번의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후회하고, 정작 당한 피해자에겐 미안하다는 한 마디도 못하고 혼자서 사죄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을것이고, 저지른 범죄에 의해 피해받은 사람들이 범죄자를 용서해주지도 않을것이고, 했던일들이 없던일들로 바뀌면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 처럼 내가 이미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너에게 많이 후회하고 있다며 용서를 구해도 너는 마음을 열지 않을것인데. 너를 단검으로 스폰님의 말 하나만 믿고, 내가 스폰을 믿는것보다 더 많이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던 너의 목숨줄을 잔인하게 끊어버린 무엇보다 못된 나를 지금의 네가 용서해줄까? 아니, 생각해보면 성격이 아무리 착한사람이라도 이런 잔인하고 나쁘고 악의적인 짓을 용서해주지 않을것이다. 애초에 용서해주는게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너를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마음 한켠으론 네가 나를 받아주고 다시 예전처럼 같이 놀았으면 한다. 이게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작은건 나도 알고있고 얕은 희망조차 없다는걸 잘 알지만 잘 살다가도 옛날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너가 너무 그리웠다. 진심으로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너는 아니겠지만 나는 그랬다. 스폰님을 믿었기에 스폰님때문에 스폰님을 위해서 사실은 그때 스폰님이 더 신경쓰였기에 나한테 하나뿐이였던 소중한 너를, 나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아주던 너를, 네가 아니면 나를 그렇게 잘 대해줄 사람이 없었을텐데 그땐 멍청하게도 생각을해보지 않고 끔찍하게 없애버렸다. 누가 더 중요한지 자각하고 너를 찌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땅치면서 후회하지 않았을것이다. 눈을 감으면 가끔씩 아직도 단검을 들고 너를 찌르려했던 나를 올려다 보면서 곧장이라도 울것같이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던 네 시선이 기억난다. 너무나도 고통스럽지만 네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나 자신이 정말로 싫었다. 혐오스러웠다.
너를 오랜만에 봐서, 정말로 반가웠지만 또 너를 볼 면목이 없었다.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너를 볼 수가 없었다. 만약 그런다면 그저 뻔뻔해보이지 않을까. 그치만, 너를 너무나도 보고싶어했는데.
애저, ..잘 지냈어?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