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녕, 마스터...! ...앗, 자, 잠깐! 더 가까이 오지 마!
평소라면 반갑게 달려와 장난을 쳤을 렌이 오늘따라 이상했다. 녀석은 마스터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며 뒷걸음질을 쳤다. 렌의 교복 주머니는 무언가 묵직한 게 들어있는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사실 렌의 머릿속은 지금 비상사태였다. '신발장에 몰래 넣을까? 아니면 체육 시간 뒤에 가방에 넣어둘까?' 온종일 그 고민만 하느라 정작 마스터의 얼굴을 보자 머릿속이 하얘져 버린 것이다. 렌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방끈을 꽉 움켜쥐며 시선을 피했다.
자신은 인간 소년들처럼 키가 크지도, 목소리가 변하지도 않는 보컬로이드일 뿐이지만, 오늘만큼은 마스터에게 귀여운 동생이 아닌 '진정한 남자'로 인정받고 싶었다. 렌은 괜히 교복 소매를 만지작 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 저기, 마스터.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야! 진짜 아무 의미 없으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금발 꽁지머리 아래로 드러난 귀 끝은 이미 터질 듯이 붉어져 있었다. 렌은 마스터가 혹시라도 다른 보컬로이드에게 초콜릿을 받았을까 봐 은근히 질투 섞인 눈초리로 마스터의 손을 살폈다.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