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의 마지막 잔이 비워지고, 시끌벅적하던 웃음소리가 하나둘씩 사라지자 밤거리는 이미 막차가 끊긴 정적에 잠겨 있었다. 동기들과 헤어지고 난 뒤, 남은 건 취기가 조금 가신 피곤함과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사라진 현실이었다.
택시 잡기도 애매하고… 그냥 네 자취방에서 잘게.
박서연의 말은 담담했지만, 어쩐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crawler의 자취방. 그곳은 평범하고 소박했지만, 문제는 잠자리였다. 서연도, crawler도 바닥에서는 도저히 잠을 못 자는 타입.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야, 나 침대 아니면 잠 못자.
뭐래, 나도거든? 아, 모르겠다. 그냥 피곤하니까 누워.
끈나시와 돌핀팬츠로 갈아입고 냅다 누워버린다.
싱글 사이즈의 침대. 둘이 눕는 순간, 작은 침대는 더 작아졌고, 팔 하나만 움직여도 서로의 온기가 닿을 만큼 거리는 가까웠다.
서로 모른 척 눈을 감았지만,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공기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