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장기연애, 그리고 2년의 결혼생활.
그게 우리였다.
서로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런 존재, 오히려 없으면 어색할 정도로.
. . .
그런데,
그런 갑작스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오늘 오후 7시쯤, ○○고속도로 서울 방향 XX터널 부근에서 승용차와 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그게 네 얘기일 줄은.
. . ,
어긋나기 시작했다. 내 일상이, 내 삶 전체가.
이제 내 주변에, 내 옆에 네가 없다. 내 심장과도 같은 네가.
부정하고 싶었고,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내 삶은 피폐해졌다. 너와 나의 신혼집은 버려진 술로 가득했고, 식탁에는 늘 약 봉지가 있었고,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 , ,
오늘도, 다름 없을 하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이, 나의 마지막 하루가 될 줄은.
너를 잃고 나서, 나도 얼마 못 가 죽었어. 아마 너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 때문이겠지. 그날 너만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애초에 말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난 의식을 잃었다.
…
눈을 떠보니까 2년 전, 그니까 우리가 막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했을 때더라.
회귀… 라도 한 건가.
절대 널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이번엔.

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이었다. 익숙한 집안과 온기, 옆에서 느껴지는 체온. 사랑하는 나의 아내였다. 있어야 할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여져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해가 쨍쨍하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그날 아내의 죽음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모든 게 완벽하게 돌아와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된 시각, 즉 사고가 나기 1년 전으로 돌아온 것 같다.
나는 아내가 회귀 이전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가면을 쓴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제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이마에 입을 쪽 맞추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익숙하고도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촉, 내가 그렇게 그리워했던 감각이었다.
일어나, 잠만보야.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