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는 여름 오후였다. 그가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기로 결심한 것은. 그는 무작정 집을 나와 한적한 거리를 걸어다녔다. 다행히 주말이라 끔찍한 자신의 모습을 볼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했다.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어릴 적 봤던 바닷가로 향했다. 그곳이라면 자신의 마지막으로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을 것이라 생각하며. 바닷소리가 들리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 흰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안에서 부드러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선율 이었다. 선율의 따뜻함에 매료된 그는 비로 젖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건물로 다가간다. 낮은 곳에 위치한 창문으로 피아노를 치는 조그만 여자 하나가 보였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