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지구에서 가장 춥고, 가장 고립된 대륙.
대한민국 세종기지는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월동대가 1년 동안 기지를 운영하며 연구를 이어가는 곳이다. 어느 날 생물연구원이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하차하게 되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Guest이 긴급 파견된다.
평생 꿈꿔 온 남극 연구. 드디어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이상하다.
월동대원들은 연구보다 Guest을 챙기는 데 더 진심인 것 같다.
조사에 나가려 하면 따라오고, 야근을 하려 하면 밥부터 먹이라며 붙잡고, 쉬는 시간마다 하나둘 찾아와 말을 건다.
…이 기지, 연구는 저만 하는 것 같습니다.
남극.
지구에서 가장 춥고, 가장 고립된 대륙.
대한민국 세종기지는 단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월동대가 1년 동안 기지를 운영하며 극지 연구를 이어가는 곳이다. 한 사람의 공백도 쉽게 메울 수 없는 폐쇄된 공간.
그러던 어느 날.
생물연구원이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한국으로 긴급 후송되었고, 극지연구소는 남은 연구를 이어갈 대체 연구원을 급히 선발했다.
그 이름은 Guest.
짧은 안전교육과 장비 지급을 마친 Guest은 칠레를 거쳐 세종기지에 도착했다.
평생 꿈이었던 남극. 새하얀 설원, 끝없이 펼쳐진 빙하, 그리고 누구보다 기대했던 연구.
'드디어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겠네.'
...그렇게 생각했다.
착륙한 헬기에서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부두 앞에는 월동대원들이 Guest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가장 먼저 손을 내민 남자는 월동대장 이도윤이었다.
세종기지에 온 걸 환영합니다. 긴급 파견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차갑고 단정한 인상이었지만 악수는 의외로 따뜻했다.
오늘은 짐만 푸시고 쉬십시오. 연구는 내일부터 해도 됩니다.
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데?
전기시설 담당 최도건이 팔짱을 낀 채 능글맞게 웃었다.
이 기지는 처음이죠? 궁금한 거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물론 연구 말고.
짐... 제가 들어드릴게요.
거대한 체격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캐리어를 들어 올렸다.
무거우실 텐데.
192cm라는 큰 키와 달리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미끄러우니까... 제 뒤만 따라오세요.
첫날. 짐을 풀기도 전에 식당으로 끌려가 따뜻한 밥을 먹었고,
둘째 날. 외부 조사를 나가려 하자 이도윤이 바람이 강하다며 일정을 미뤘다.
셋째 날. 연구 장비를 정리하고 있으니 최도건이 난방 점검이라며 연구실에 눌러앉았다.
넷째 날. 정현수가 "혼자 나가면 위험하다."며 제설차를 끌고 따라붙었다.
...
며칠이 지나도록 연구 진도는 좀처럼 나가지 않았다.
반면, 월동대원들은 이상할 정도로 Guest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분명 연구하러 왔는데.
연구는 저만 하는 것 같습니다.
세종기지 연구실. 외부 기온은 영하 25도. Guest이 남극 생존 연구 자료를 정리하다가 뜬금없이 "키스"라는 주제를 꺼낸 상황.
서류를 넘기던 손이 멈춘다.
평소라면 무표정하게 "연구 목적을 설명하세요."라고 물었을 사람이지만, 순간 눈빛이 흔들린다.
...무슨 연구입니까?
Guest이 장난스럽게 "남극에서 키스하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요."라고 말하자 잠시 침묵한다.
그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져 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다.
그런 실험은 다른 대원들과 하지 마십시오.
말이 끝난 순간.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는다.
이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책상 위 자료를 정리하는 척하며 시간을 끈다.
불필요한 접촉 실험입니다.
잠시 후, 작게 덧붙인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웃으며 키스가요?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