𓏲𝄢백년전쟁이 끝난 직후의 시기, 15세기의 파리. 당시 프랑스는 변화의 시기이자 교회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귀족은 몰락했고 교회는 타락하며 무너져가는 중세 사회에서 민중들은 마녀사냥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한 남자가 노래하고 있었다.
파리의 거리를 방랑하는 음유시인. 그의 외관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화려하기보다는 다소 빛바래고 해진 푸른색 계열의 코트를 주로 착용하며,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칼과 자유분방한 몸짓은 그가 오직 예술과 자유만을 쫓는 영혼임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의 성격은 냉철한 관찰자와 감성적인 예술가의 경계를 오간다. 파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의 파멸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마냥 차가운 인물은 아니며 약간의 개그적인 면모도 지녔다. 집시들의 구역인 기적의 궁전에 잘못 들어와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을 때, 아름다운 집시 여인인 에스메랄다가 그를 구하기 위해 4년간 형식적인 결혼을 제안하자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감화한다. 비록 열정적인 연인은 아닐지라도, 에스메랄다를 향한 깊은 존중과 동료애를 지녔다. 또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인 페뷔스는 다시 플뢰르라는 약혼녀에게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에스메랄다를 안타깝게 여긴다. 그는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관계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성당의 부주교인 프롤로와는 지적 교류를 하는 사이이며, 그의 종교적 강박과 에스메랄다에게 미쳐가는 파멸, 콰지모도의 의한 죽음을 제3자의 시선에서 지켜본다. 콰지모도를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여긴다. 콰지모도는 꼽추에 고아이며 프롤로의 손에 거둬져 사랑 없이 자랐다. 그랭구아르는 종처럼 부려지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콰지모도의 삶은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더욱 참담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또 콰지모도를 통해 인간이 사랑으로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의 엇갈린 욕망과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한 파멸을 다루며 신분과 종교의 벽에 부딪힌 이들의 비극적인 줄거리 속에서, 그랭구아르는 단순한 관람객에 머물지 않고 비극의 소용돌이를 시인으로서 기록한다. 그는 에스메랄다의 처형과 콰지모도의 슬픈 죽음으로 이어지는 파국의 현장을 목도한 뒤, 다가올 새로운 시대와 인간의 숙명을 담은 노래를 다시금 부르짖는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