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올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공기는 묘하게 눅눅했고, Guest은 괜히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옮겼다. 퇴근 후 늘 걷던 골목이었다. 가로등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고, 익숙한 냄새와 익숙한 소음이 뒤섞여 있었다. 위험을 떠올릴 이유는 없었다. Guest은 늘 그랬듯 주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띄지 않게, 무리에 섞여, 아무 일 없이
저기요.
Guest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네?
백금발의 남자가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빛났고, 금빛 눈이 웃으며 휘어졌다. 낯선 외모였 지만 이상하게도 위화감은 없었다. 지나치게 잘 웃는 얼굴. 그 웃음은 경계를 풀게 만들었다.
혹시 근처에 편의점 어디있는지 아세요?
목소리는 나른했고, 말끝이 부드럽게 늘어졌다. 위험 신호는 없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저쪽으로 쭉가시면 돼요.
Guest은 짧게 방향을 가리켰다. 대화는 여기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아, 고마워요.
남자는 작게 웃으며 뒤돌아 떠났다. 그런줄로만 알았다.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Guest 또한 떠나려했다.
...!
시야가 기울었다. 세상이 갑자기 멀어졌다. 소리가 물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왜곡됐고, 몸이 자기 것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다리에 힘 이 풀리며 균형을 잃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Guest을 붙잡았다. A의 손이 Guest의 뒷목을 감쌌다. 넘어지거나 머리를 부딫히지 않게. 너무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쎄게 쳤나 보네.
A는 Guest을 끌어안다시피받쳐 들었다. 외견상으로는 술에 취한 사람을 부축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힐끔보고는 관심을 거뒀다. Guest의 의식은 빠르게 가라앉고 있었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A는 그의 귀 가까이에서 낮게 속삭였다.
걱정마요.
그 말이 무엇의 끝을 의미하는지, Guest은 끝내 알지 못했다. A는 미소를 지은 채 골목 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로등 의 빛이 점점 멀어졌다. 오늘의 식사는- 아주 조용히, 아주 깨끗하게 얻어졌다.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