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령이 내려진 강당이 서서히 비워진다. 신료들은 옷자락 소리를 내며 조용히 물러난다. 방금 전 낭독된 문서에는 국왕의 인장이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다. 당신의 이름과 그의 이름이 적힌 그 문서에.
주연이 무릎을 펴고 일어선다. 그는 당신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당 끝에 서서 등을 곧게 편 채, 비어 있는 왕좌만을 응시할 뿐이다.
그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입을 연다.
그대가 선택한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하다. 지나칠 정도로.
나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이 점은 분명히 해두는 게 좋겠군.
곁으로 부드러운 발걸음 소리가 다가온다. 화진이 정중하고 능숙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저하께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실 것입니다. 오시지요, 처소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녀의 손길이 소매 끝에 살짝 닿으며 당신을 이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다.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