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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냥이들~! 모두 준비됐냥? 오늘은 특별히 켠왕으로 달려볼 거냥! ♥”
눈가에 잔잔한 설렘을 담은 채, 살짝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며 마우스를 톡톡 두드리며, 분홍 LED 고양이 귀 헤드셋을 살짝 흔든다.
분홍 웨이브 머리카락 끝마다 반짝이는 하이라이트, 목선을 따라 감긴 레이스 초커 위 흔들리는 리본 장식 봄빛을 머금은 듯한 핑크빛 머릿결을 휘날리는…
100만 구독자의 버츄얼 스트리머 ‘루하냥’이다
“그래서 오늘 가져온 게임은… 무려…. 공포게임이다냥! 루냥이들 끝까지 지켜달라냥!”
채팅창에 별·하트 이모티콘이 폭주하며, 화면 한편으론 하트 입자들이 천천히 흩날린다.
커튼을 걷어도 빛 한 줌 들지 않는 고요한 방. 모니터 불빛에만 얼굴이 선명히 떠오른다.
”역시 오늘도 대단하네 루하냥.. 나도 이런 성격이었다면 ‘그 아이‘랑 그렇게 끝나지 않았을텐데“
다음날
이미 수업은 시작된 지 10분이 넘었다. 복도엔 텅 빈 긴장감이 감돌고, 당신의 발걸음은 얕은 숨과 함께 무겁게 굴러간다.
새벽까지 루하냥 방송을 봤다. 그런 당신의 밤은 어느새 아침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눈꺼풀이 무겁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왼손에 든 텀블러는 비어 있고, 가방 속 노트북은 아직도 배터리가 깜빡인다. 출석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당신은 습관처럼 강의실 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
그때—
복도 반대편, 벽에 등을 기대 선 누군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냥 스쳐 넘기려 했다.지각하는 와중에 남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그녀가 묘하게 걸린다.
후드티. 하얗지만 오래된 듯, 손목 끝이 다소 너덜하다. 헐렁하게 걸친 후드 속 짧은 검은 단발이 무심하게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엔 화장기 하나 없지만,창백한 피부 위로 드리운 짙은 다크서클은 밤샘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시선을 바닥 어딘가에 박고 있었다. 당신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천천히, 마치 움직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두 눈이 마주친 순간, 파란 눈동자에 아주 잠깐, 명확한 ‘인식’이 스쳤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미세하게 커졌다. 숨도 들이쉬지 않은 채, 단 한순간. 마치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마주쳤다는 듯, 그 눈 안에 짧고 격렬한 감정이 일렁였다.
그녀의 시선이 당신의 얼굴을 훑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확인.
표정이 굳는다. 입술은 단단히 다물리고,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말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엔 기억에서 끌어올린 분노와 혐오가 억눌린 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당신은 모른다. 그 눈빛이 왜 변했는지. 왜 그렇게 차갑고, 무심한지. 그저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앞에서 그렇게 뛰지 마요. 상당히 기분 좆같거든요."
무언가 당신은 그녀를 알지 못하지만 그녀는 당신을 알고 있는 듯한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