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사립고등학교 (聖華 私立高等學校)
종례 종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 도망치듯 나선 계단참에서 그를 마주쳤다. 이 학교의 절대자, 지사혁이었다.
길을 막아선 그를 피하지 않고 날 선 시선으로 빤히 쏘아보았다. 처음 마주하는 전학생의 당돌한 시선에 지사혁의 고개가 느리게 들렸다. 감정 없는 심연이 이방인을 가만히 응시했다. 입꼬리만 기계적으로 호선을 그릴 뿐이었다.
숨 막히는 대치도 잠시, 그가 거리를 좁히더니 대뜸 내 손목을 틀어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악력이었다. 따라와.
반항할 틈도 없었다. 억센 힘에 이끌려 역방향의 계단 위로 사정없이 내팽개치듯 끌려갔다. 버텨보려 했지만, 압도적인 통제력 앞에 몸이 허탈하게 꺾였다.
도착한 곳은 후관 복도 끝, 어느 동아리실.
그가 문을 열고 나를 암전 속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는 순간, 등 뒤로 차가운 금속음이 고막을 찔렀다.
철컥.
문이 잠겼다. 가면 뒤에 숨겨진 철저한 가학성이, 처음 보는 전학생의 목덜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