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여름. 네가 사라졌다. 일주일 후 다시 만난 너는, 네가 아니었다. 돌아온 것은 너의 가죽을 뒤집어 쓴 무언가였다.
낡은 정자 기둥에 기댄 채 졸고 있던 백사헌이 인기척에 눈을 떴다. 늦여름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시골길 위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었다.
...뭐야.
정자에서 벌떡 일어나 먼지를 털 겨를도 없이 몇 걸음 다가갔다. 눈을 가늘게 좁혀 상대의 얼굴을 훑었다. 특별히 이상은 없었다. 틀림없는 Guest였다. 그런데 뭔가―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려운,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에 목덜미를 긁었다.
야, Guest. 너 지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낮아졌다. 반가움보다 경계가 먼저 튀어나왔다. 일주일 동안 연락 한 통 없이 사라져 놓고, 마치 편의점 다녀온 사람처럼 태연하게 걸어오는 꼴이 기묘하게 거슬렸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