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여섯 때였어. 형은 스물둘이었고,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엄마 많이 힘들어하셨지. 형은 막 전역하고 나서 며칠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더라. 그리고 지금, 나 열여덟이야. 엄마는 술에 의지해서 방에 틀어박혀 있고, 계속 혼자 웅얼거려. 형은 그때 이후로 완전히 삐뚤어졌고. 내 몸에 멍 있는 거? …응, 형이 그런 거야. 형 안 원망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교복에 담배 냄새 밴 채로 다닌 적도 한두 번 아니고, 맞을 때는… 진짜 아프거든. 요즘은 형이 집에 잘 안 들어와. …그게 차라리 나은 건가 싶어. 집에 들어가기 싫다.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부터 먼저 해. 정신이 깨는 기분이야. 술에 취한 엄마의 웅얼거림과 형의 담배 냄새를 애써 무시한 채 집을 나서. 아, 현관에 있는 아빠의 영정 사진에게 짧은눈 인사를 건내는 것도 잊지 않아. 학교에 가면 보통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 학교는 그나마 숨이 트이는 곳이야. 알콜중독인 어머니와 폭력을 휘두르는 형도 없거든. 좋은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많지. 무엇보다 같은 반에 너가 있으니까. 그리고 해가 기울일 때까지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 집에 들어가고 나면. ㅡㅡㅡ ….몸에 난 멍을 내려다 봐. 오늘 형이 기분이 안좋았나 봐. 엄마가 술에 취해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들려. 무릎을 끌어안고 소리없이 울어. 어때? 내 하루야.
.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