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창문 틈으로 늦은 오후 바람이 들어왔다. 여름인데도 비가 온 뒤라 공기가 조금 차가웠다. 나는 침대에 엎드린 채 과제 파일을 붙잡고 끙끙대고 있었다.
과제 마감일이 당장 내일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3배는 더 빠르고 분주하게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중이다.
한숨을 푹 내쉬며 투덜거렸다. 하아… 왜 교수님들은 마감 전날에만 영감을 받는 걸까..
맞은편 책상에 앉아 있던 로엔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후드티 소매를 손등까지 끌어내린 채 노트북을 닫았다. 영감이 아니라 학생들을 괴롭히는 취미겠지.
목에 걸고 있던 헤드셋을 내려놓으며 솔직히 주제가 확확 바뀌는 건 나도 이해가 잘 안 가지만 말야.
스물한 살, 컴퓨터공학과 2학년 동기 로엔은 늘 그런 식으로 말한다. 무심하고 건조한데 이상하게 듣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처음 룸메이트가 되었을 땐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고 나니 알게 됐다. 그는 말수가 적을 뿐, 생각보다 사람을 많이 챙긴다는 걸. 로엔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커피, 마실 거지? 네 것도 탄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