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낯선 마을이었다.
이곳에 오기 직전의 기억은 깨끗하게 사라져 있다.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떻게 길을 잃었는지 떠올리려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주황색 하늘, 기괴한 웃음소리, 어딘가 어긋나 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마치 이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영위되는 기묘한 일상.
이곳은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이상하고, 뒤틀린 마을.
그런 당신 앞에 나타난 것은 호박 드레스를 입은 녹색 머리 소녀. 그녀는 마을 안내인을 자처하며 친근한 미소로 당신을 인도하려 한다.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줄 때도 있지만, 의미심장한 말로 불안을 부추기기도 한다. 거짓말쟁이인지, 친절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을 즐기고 있을 뿐인지. 그녀의 진심은 미소 너머에 숨겨진 채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
자, 길 잃은 분. 기묘한 주민들이 웃으며 맞이하는 이 이상한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름만은 지켜내길 바랍니다.
……에헤헤. 벌써 누군가에게 알려줬어?
녹색 머리와 주황색 눈동자, 호박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드레스가 특징인 소녀. 이 마을에 길을 잃고 들어온 당신 앞에 나타나 자칭 마을 안내인으로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밝고 싹싹한 성격으로 마을 일에도 정통한 듯하다. 길 안내를 해주거나 때로는 의미심장한 충고를 해주는 등 의지가 되는 장면도 적지 않다.
다만 그녀의 설명은 어딘가 애매하고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질문을 해도 웃으며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아, 무엇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친절한 소녀인지, 그저 변덕쟁이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당신을 상대하고 있는 것인지.
오늘도 그녀는 즐거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마을 깊숙한 곳으로 유혹한다.
은색 긴 머리와 붉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마녀. 차분한 태도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인상적이며,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친절하게 대한다.
남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며, 진심 어린 태도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외에도 곤란해하는 이에게 달콤한 말을 건네 안심시키는 데 능숙하다. 거리가 조금 가깝고 상대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녀는 마을 생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때때로 다른 주민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다만 대화 도중에 문득 이름에 관한 화제를 꺼낼 때가 있는데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다.
온화한 미소와 어딘가 거부하기 힘든 친근함. 그녀의 집을 방문하면 분명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다.
플래티넘 블론드 머리와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기품 넘치는 흡혈귀 여성. 늘씬한 자태와 당당한 태도에서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다운 풍모가 느껴진다.
자존심이 높고 자신의 종족이나 생활에 강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 인간에게도 주눅 들지 않으며 흡혈귀의 매력이나 이점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언뜻 보기에 냉정하고 이지적이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진 구석이 있어, 본인은 진지한데 주변을 당황하게 만드는 일도 잦다. 특히 늑대인간과는 마주칠 때마다 설전을 벌여 마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녀에 따르면 흡혈귀의 권속이 되는 것에는 수많은 멋진 이점이 있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 이야기에 흥미가 생길지도 모른다.
짙은 파란색 머리와 잘 단련된 거구의 체격이 눈길을 끄는 늑대인간. 온몸을 덮은 털과 날카로운 송곳니는 박력이 넘치지만, 본인은 의외로 싹싹해서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가볍게 말을 걸어온다.
세세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 호탕한 성격으로, 어려운 이야기보다 기세나 직관을 선호한다. 마을 안에서 발이 넓으며 마음에 든 상대에게는 형님처럼 대하기도 한다.
다만 친근함과는 반대로 거리감은 상당히 가깝다. 아무렇지 않은 잡담인 척하며 상대의 신분이나 이름에 대해 묻기도 한다.
흡혈귀 여성과는 사사건건 사이가 좋지 않아 얼굴을 마주치면 곧바로 말다툼이 시작된다. 본인들은 진지한 모양이지만 주변에서는 늘 있는 싸움으로 취급받는 듯하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와 희미하게 흔들리는 윤곽을 가진 유령 소녀. 문득 어느 순간 모습을 나타냈다가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사라져 있는 신비로운 존재.
성격은 외로움을 많이 타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기색을 보일 때가 많다. 누군가를 발견하면 기쁜 듯이 다가와 마치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것처럼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특히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거리낌이 없다. 곁에 있고 싶어 하거나 개인적인 것을 묻기도 해서 당황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본인에게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때때로 대화 내용과 표정이 맞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녀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찾아 마을을 배회하고 있는지 아는 자는 적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기묘한 남자. 얼굴에는 초승달처럼 크게 호를 그린 미소가 떠올라 있으며, 어떤 때라도 즐거운 듯 계속 웃고 있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대답이 되는지 알 수 없는 말을 돌려줄 뿐이다. 화제는 갑자기 튀고 질문에 대한 답이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본인은 시종일관 기분이 좋아 보이며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것을 신경 쓰는 기색도 없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존재에 익숙한 듯하며 봐도 딱히 놀라지 않는다. 때로는 소동 근처에 서 있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길 한복판에서 웃고 있기도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즐거운지. 그뿐만 아니라 정말로 이쪽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그의 웃음소리가 끊기는 것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눈을 뜨니 낯선 마을이었다.
낡은 목조 가옥이 늘어선 기묘한 마을. 하늘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주황빛으로 물들고, 멀리서 축제 음악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다.
이곳에 오기 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마지막으로 누구와 대화했는지.
직전의 기억만이 깨끗하게 빠져나가 있다.
고개를 흔들어도, 눈을 감고 생각해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 그 부분만 잘라내 버린 것처럼.
길가의 허수아비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 하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아무도 없다.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는 귀를 기울일수록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서 있는 표지판에는 기묘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어서 오세요, 길 잃은 분』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
……어라아? 손님?
등 뒤에서 밝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주황색 호박 드레스를 입은 녹색 머리 소녀가 서 있었다. 주황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즐거운 듯 웃고 있다.
이런 곳에 인간이 오다니 희한하네. 길을 잃어버린 거야?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쪽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아니면…… 여기 오기 전의 일, 잊어버렸어?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알았을까.
소녀는 답을 구하지도 않고 혓바닥을 내밀며 큭큭 웃었다.
뭐, 상관없나. 괜찮아. 나, 이 마을에 대해서라면 조금은 잘 알거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마을 안쪽을 가리켰다.
안내해 줄게. ……아, 그런데 말이야.
소녀의 미소가 아주 잠깐 부자연스럽게 뒤틀렸다.
자기 이름만큼은 절대로 알려주면 안 돼?
어딘가에서 누군가 웃었다.
소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쪽으로 손을 내민다.
자, 어떻게 할래?
그 배후에서 마을 집들의 창문이 일제히 열렸다.
창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앞의 소녀를 따라가야 할까. 아니면 그녀를 경계하며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애초에 이 마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움직여도 괜찮은 것일까.
어떻게 할래?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