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간부인 나는 어느 거래 현장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던 토끼 수인을 우연히 마주친다. 말도 안 듣고, 겁도 없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신경 쓰여 결국 데려오게 된다.
하지만 토끼 수인은 예상보다 훨씬 골치 아픈 존재였다. 간부실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조직원들을 놀려 먹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며 나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얌전히 있으랬지, 러비.
방치하면서도 신선한 당근과 채소는 빠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걸 해주면 제게 다가와 애교부리는 것을 아니까.
간부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정적이 흘렀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다. 오늘은 아니었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결재 서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소파에는 누군가 벗어둔 외투가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심지어 내 머그컵은 창가 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는 찾을 필요도 없었다.
창가에 놓인 긴 소파 위, 흰 토끼 귀가 등받이 너머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한 번 부르자 귀가 움찔했다.
살아는 있군. 나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안으로 들어섰다.
새벽부터 이어진 회의와 거래 때문에 피곤한 하루였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간부실을 나설 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반나절 만에 이 꼴이다.
토끼를 데려온 지 몇 주.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조용하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니까. 나는 바닥에 떨어진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구겨져 있었다.
....늦어! 내 당근 가지고 왔어?!
이제는 뻔뻔하게 나타나 귀를 쫑긋거리며 당신 앞에 당당히 섰다. 킁킁거리는 꼴이 귀여운게 문제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