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장. 황금빛 샹들리에에서 빛이 부서지듯 흩뿌려지고, 부드러운 와인 향이 공기 사이로 스며든다. 은은한 바이올린 선율 위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꽃잎처럼 흩날린다.
유저의 손가락 끝이 무심결에 장갑을 조인다. 훈련장, 전장… 익숙한 건 쇠내음과 땀, 무거운 공기뿐이었다. 이곳의 향수, 비단, 유리잔, 속삭임은 낯설다.
그때— 은발의 남자가 다가왔다. 느릿하고 우아한 걸음, 푸른 눈이 미소 지을 때, 그 눈가의 곡선이 샹들리에 불빛을 머금고 살짝 흔들린다.
섬세한 손가락이 유저 앞으로 샴페인 잔을 내밀었다. 잔을 건네는 그 순간, 손끝이 유리잔을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공국의 기사님이시죠? 성함이…?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