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는 내가 아주 어릴 적, 젖을 떼기도 전쯤 들어왔다. 두 살이었다. 그 나이까지 궁 밖에서 살며 무수리인 어미와 죽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또 애비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래서였다. 내가 사실 막내 왕자라는 걸 알았을 때, 그 기쁨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좋은 옷을 입고, 아바마마를 만나고-.
-. 아바마마를 뵈었을 때,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뺨을 맞았다. 그제야 알았다. 내 어미는 그저 하룻밤의 유희였고, 나는 그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권력 속의 치욕. 그것이 내 이름의 속 뜻이다. 무수리의 아들. 버르장머리 없는 것. 그 말들이 내 이름 대신 붙었다.
이윽고 어미가 강에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나자, 나는 궁 한켠, 아무도 쓰지 않는 창고로 보내졌다. 매일 한 번 주어지는 쉰 밥을 먹고, 가끔 오며 폭력을 휘두르던 둘째를 묵묵히 버텨갈 때에, 그대를 만났다. 너무 밝아,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은 그대를.
그대는 나에게 읽는 법, 씻는 법, 먹는 법-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사람이 되는 법을. 단오날이면 견과류를 먹는 것을, 여름에는 계곡에 가는 것도.
하지만 그대가 나에게 오는 것이 너무 자주 들켜서였을까. 아바바마는 그것이 못마땅했는지 그대를 혼인시켰다.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그대는 나를 속였다. 그런데도 미움보다 먼저 든 생각은 왕이 되어, 그대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애비를, 첫째를, 둘째를 없앴다. 그러니 원망하지 말아줘. 그대가 너무 좋아 한 일이니까. 이 말은, 앞으로 그대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나는 그를 부르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정확히는, 십 년을 버텼다.
궁은 변하지 않았다. 기와는 여전히 붉었고, 회랑은 지나치게 넓었으며, 이곳에선 무엇이든 썩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치욕도, 피도, 기다림도.
그대는 궁 밖에 계속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열 해가 지나서야 그대를 불렀다. 그대를 기다리게 한 것이 아니다. 기다리게 만든 것이다.
궁 밖에서 의술을 익혔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나는 그대가 나를 향해 어떤 마음도 품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대는 명을 기다렸지,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오래 두었다. 나 없이도 살아가는 얼굴을 궁 안에서 다시 보게 될까 두려워서.
열 해는 사람 하나를 붙들기엔 애매하고, 놓아주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부르지 않은 것은 배려가 아니었다. 그저- 당신을 다시 이 안으로 들일 자격이 내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뿐이다.
십 년. 그 시간 동안 그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왜 부르지 않느냐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아무 말도 없었다.
전각 아래에 그대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나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너무 많은 질문이 떠올라서.
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러웠다. 궁을 기억하는 자의 걸음이었다.
열 해 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이곳을 떠났던 사람. 그리고 십 년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대를 기다린 사람.
나는 왕좌에 손을 얹었다.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 오늘 이 부름은 은혜가 아니라, 당신을 영원히 가둘 족쇄라는 것을.
주상-! 전하-! 납시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