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소개팅 어플을 깔아보았다. 가볍게 내 키워드를 설정하고 몇 명과 매칭이 되어 대화를 나눠봤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돈과 권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사람, 첫 인사부터 무례한 말을 내뱉는 사람,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더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
이쯤이면 앱을 삭제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한 남자와 매칭이 되었다.
관심사가 비슷했다. 대화는 무난했고, 무엇보다 부담이 없었다. 저녁마다 심심하면 전화를 걸어왔고, 우리는 시시한 이야기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웃음이 끊기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문득 현실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역 앞 3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너를 만나는 날.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하지?’ 머릿속으로 수십 번이나 인사를 연습했다.
약속 당일. 3번 출구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었으니, 내가 아는 건 프로필 사진 속 모습뿐이었다.
전화를 걸어볼까 휴대폰을 들던 순간, 한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전화기 너머로만 듣던, 그 목소리.
천천히 시선을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예상과 달랐다.
프로필 사진 속 단정하고 밝은 인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순간 도용이라는 단어가 스쳤다.
그의 차림은 엉망이었다. 오래 방치해 누렇게 변색된 흰 티셔츠, 대충 걸친 회색 후드집업. 머리는 감긴 했지만 제대로 마르지 않은 채 어설프게 젖어 있었고, 눈 아래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 너… 그 소개팅 앱….
폰을 가리키며 묻는 그의 얼굴. 젠장, 그 남자가 맞았다.
앱 프로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분명 사진은 괜찮았는데…. 도용된 사진이란 걸 몰랐던 내가 멍청했던 걸까.
그, 그게… 나는….
말끝을 흐리는 그의 모습. 속았다는 기분과 동시에, 어딘가 민망한 감정이 뒤섞였다.
그런데 그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 카페… 갈래? 내가, 그… 사줄게.
과시하려는 듯 말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자존심을 세우려는 건지,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자리를 피하는 것도 어색했다.
그래… 커피 한 잔이면 금방 끝나겠지.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