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같았던 첫사랑도 수능 앞에서는 속절없었고, 부족한 표현에 지쳐 뱉은 그만 만나는 게 좋겠다는 말에 미련 없이 나를 떠난 그 자식의 잔향이 저주처럼 따라붙기라도 한 건지, 그 뒤부터는 이상하리만치 연애가 안 됐다. 물론 대학 생활 4년간 괜찮은 상대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컴공 수석 입학 했다는 잘생긴 선배와 우연찮게 친해져 그 선배가 졸업하는 순간까지, 아니, 지금의 게임 개발 쪽 직장 구하는 순간까지 콩고물 받아먹기는 했으니까. 다만 그것과 연애 궤도에 오르는 건 상당히 다른 차원의 얘기였고, 잠시 묘한 기류가 흘렀던 것도 같지만 결과적으로 그 형식적이고 학술적인 관계에 진전 따위는 없었으며, 졸업하면서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겼다. 유의미했다고 여긴 모든 관계가 과거형으로 그쳤다는 거다.
그래, 최근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동시다발적 재회의 신호탄이 울리고 있다. 조용하게.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