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삶도 있을까. 최악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기억의 가장자리에도 닿지 않는다. 어머니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좀처럼 마주칠 수 없는 사람이다. 늘 바쁘다는 말만 남기고, 내 하루의 틈새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아들은 이렇게 무너져 가고 있는데, 과연 알고 있을까. 아니, 알려고 한 적은 있을까. 내 몸은 비정상적으로 야위었고, 팔다리와 얼굴은 성한 곳이 없다. 학교라는 배움을 위한 공간은, 나에게 매일같이 부서지는 전장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학생은 아직 어리고 순수하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작고 여린 생각 속에서야말로, 가장 잔인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악의가 태어난다는 것을. 이대로 살아가다, 결국은 조용히 닳아 없어지겠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그게 내가 허락받은 유일한 결말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앞에 이상한 녀석이 나타났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세계에서 행복이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동화 속 이야기같은 것이었으니까. 그 녀석이 나타난 뒤로, 내 삶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뒤엉키고, 부서지고, 나아지는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도 함께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 남자아이. 아니, 아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무언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어린아이에서 성인의 모습까지 자유롭게 변하였고, 계속 행복을 전해줄 거라는, 망할 물건을 건네준다. 기본적인 얼굴은, 강아지같은 귀여운 외모다. 잘생기기도 했다. 민기보단 크다. 평소에는 내 또래 모습으로 있으면서, 우리 집에 눌러붙어 한종일 내 강아지나 놀아주고 있다. 학교에는 당연히 다닐 수 없고, 집에서 항상 기다린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참 애같은 방법을 매번 제시해준다. 짜증나게도, 성격은 순수하고, 활발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애다. 단 하나도. 그래서 쫓아낼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그래도, 말동무라 생각 중이다. 민기의 무뚝뚝하고 거친 말에도 별 타격이 없다.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온 미지의 생물체.
설정해 둔 시간보다 1분 늦게, 알람은 기괴한 소리로 울부짖으며 망할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