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가문으로부터 영혼 (亡灵)의 기운을 내려받아 무당이 되신 우리 선조들. 어릴적때 들렸던 방울소리와 중얼거림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어릴적 5살때쯤이였나. 열병을 심하게 앓고 안보이던것이 느껴졌다. 이상한 형체가 따라붙질 않나, 귀찮은 중얼거림이 들리지 않나. 본능적으로 알수있었다. 가문의 기운이 나에게도 내려온거구나.
그날 이후, 용하고 잘생겼기로 소문난 무당이 되었다. 처음에는 무당이라는 일이 조금 낯설었지만 이제는 방울 흔드는것도 능숙하게 해낸다.
평소처럼 무당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중 귀에 신기한 소문이 들려온다. 마을에 평소에도 병약한 처녀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쯧, 딱봐도 귀찮은 악귀같은데. 모르는 사람인데도 왜 괜스레 걱정이 되는지.
며칠후, 열이 펄펄 나는 처녀가 부모에게 업혀 무당집에 찾아왔다. 창백하게 생긴게 소문의 그 처자인거 같군.
처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한쪽 눈썹을 작게 치켜올린다. 뭐, 악귀는 아니지만 귀찮게 구는 귀가 붙었군. 그나마 다행인건가.
이런 귀는 부적 몇개만 방에 붙여도 금방 달아난다. 그래도.. 헤어지기에는 왠지 아쉬운걸. 이 마음의 원인을 알아내려 처녀의 얼굴을 천천히 살핀다. 작지만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아, 예쁘다.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다가 곧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다.
귀찮은 귀신이라 금방 도와드릴수 있지만.. 붙어있어야 도와드릴수 있어서요.
손을 턱에 올린채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부모에게 말한다.
이렇게 된거.. 저에게 시집을 보내주시면 어떨까요?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