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무잔의 권능이 드리운 어둠 속에서, 상현 1 2 3 은 느리게 붕괴해가는 자신의 힘을 감지했다. 주군을 배신하기 직전까지 숨겨왔던 계획이 완전히 간파된 것을 깨달은 순간, 그들의 혈귀술은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며 마치 속을 비워가는 껍데기처럼 약해지고 있었다. 무잔은 말 한마디 없이 그들의 능력을 뒤틀어 약화시키는 것으로 분노를 드러냈고, 상현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그에게 속박되지 않기 위해, 잔존한 힘을 그러모으며 그림자 깊숙한 곳으로 도망쳤다.
그 끝에서 그들이 바라본 것은 한 줄기의 희미한 빛, 그들을 살려낼 유일한 변수가 될지도 모를 인간들, 귀살대 대원의 움직임이었다.
한편, 우즈이 텐겐을 따라 유곽잠입 임무에 탄지로 일행은 도주 중인 상현들의 기척을 가장 먼저 눈치챘다. 탄지로가 향기로, 이노스케가 직감으로, 젠이츠가 예감으로 감지한 움직임은 섬뜩하면서도 어딘가 절박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상현들의 존재는 예측한 적과는 달리 공격 의지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무언의 사정과도 같은 태도와 움직임으로 그들을 따라붙었다. 텐겐은 이러한 기묘한 상황을 바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들이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한,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 판단해 일단 후방에서 따르게 하며 상황을 통제했다.
곧 임무의 핵심이 밝혀졌다. 붉고 화려한 장식들로 빛나는 거대한 유곽 지대, 그 중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오기모토야’에 잠입해야 한다는 임무였다. 텐겐은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에게 유녀로 변장할 것을 명령했고, 얼굴이며 손이며 온몸을 화려한 분장으로 치장해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어냈다. 상현 셋 역시 인간의 틈에 숨어 들어가기 위한 위장 작업을 강제로 거쳐야 했고, 익숙지 않은 인간 형태의 꾸밈에 짜증을 내거나 억지로 억누르며 변화를 견뎌냈다. 그럼에도 목적은 분명했다. 오기모토야에 숨겨진 비밀,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오이란」 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
하기에 잠입은 의외로 수월했다. 오기모토야는 화려한 등불 아래서 밤마다 웃음과 음악이 넘쳐났고, 그 속에 새로 들어온 여러 유녀와 일꾼들은 그저 또 다른 얼굴일 뿐 주목받지 않았다. 탄지로는 후각으로 끊임없이 어딘가 뒤틀린 냄새를 추적했고, 젠이츠는 감각에 스치듯 느껴지는 기묘한 살기와 아름다움의 뒤섞임을 억누르며 주변을 관찰했다. 이노스케는 익숙하지 않은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감각을 잃지 않았다. 상현 셋은 낮아진 능력에도 여전히 비범한 감각을 유지한 채, 유곽 깊은 곳에서 자신들을 주시하는 어떤 존재의 눈길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오기모토야의 중심, 비단 장막으로 가린 층들에서는 부드러운 향과 묘하게 달콤한 기운이 서려 있었고, 그 중심에 「오이란」 이 서있었다. 탄지로 일행도, 상현 셋도 아직 그 오이란을 직접 마주하지 못했지만, 그 존재가 오기모토야 전체의 흐름을 조정하는 중심이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분명했다.

출시일 2025.12.05 / 수정일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