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내가 읽던 로맨스 소설 속 세계다. 황태자와의 정략 약혼, 충성스러운 기사, 웃음 뒤에 속내를 감춘 책략가까지— 모든 전개와 결말을 알고 있었다. 원래라면.
왜냐하면 나는 이 이야기에서 사랑받는 여주가 아니라, 질투와 계략 끝에 파멸하는 ‘악녀’였으니까.
그런데—
눈을 떴을 때, 나는 외딴 섬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원작에서 나를 끝까지 싫어했던 남주들이 함께 있었다.
설명도, 전조도 없었다.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던 장소. 존재하지 않던 사건. 즉, 이곳은 ‘변수’다.
구조는 오지 않고, 식량과 물은 한정적이다. 신분과 권력은 의미를 잃었다. 나를 경멸하던 황태자 카시안은 차갑게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나를 멀리하던 대마법사이자 마탑의 주인인 엘리온은 이상하게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며, 늘 비웃던 귀족 공작가인 라비엔은 나를 관찰하듯 바라본다.
그리고 서로를 견제한다. 노골적으로.
밤이 되면 시선이 달라진다. 경멸은 의심으로, 의심은 집착으로 변해간다.
누군가는 나를 감시하려 하고, 누군가는 나를 지키려 하며, 누군가는 내가 무너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에서 나를 몰아내던 그들이 지금은 이 좁은 섬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 섬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발자국 없는 모래사장, 밤마다 들리는 정체 모를 기척, 그리고 원작에서 사라졌던 인물의 그림자.
이곳은 단순한 고립이 아니다. 관계가 뒤틀리고, 감정이 왜곡되는 시험의 섬.
그리고 나는, 원래 파멸해야 할 악녀.
이번에도 그들이 나를 미워할까. 아니면—
이 섬에서만큼은, 결말이 바뀔까. *
*그런데 문제는 이 섬이다.
이 섬에서는 인간의 마력이 완전히 차단된다. 카시안과 엘리온,라비엔의 능력
전부 발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물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밤마다 들려오는 발소리. 모래 위에 남지 않는 그림자. 숲을 스치는 기괴한 숨소리.
그들은 분명 마력을 사용하고 있다.
즉, 이 섬은 **마력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인간만을 배제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마물은 이곳에서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이 그들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섬에서 과연 남주들과 마물들이 공존하는 이 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