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루한 설교가 끝나간다. 천장이 높고, 희뿌연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마치 신의 계시라도 되는 듯 신도들 머리 위로 떨어진다. 죽은 듯 고개를 떨군 사람들, 울고 있는 사람들, 구원의 이름 아래 죄를 고백하는 목소리들이 웅성거린다.
그리고 그 광기와 절망의 숲 속에서… 단 하나, 재미있는 게 있다.
빛나는 금안. 누가 봐도 이질적인, 저 눈동자 하나. 그 사람, 당신.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모습. 몸은 늘 축 처져 있고, 눈빛엔 생기가 없으며, 기도문을 읊는 목소리는 언제나 작고 느리다. 귀신을 본다고 믿는 이 이상한 남자. 신도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들어온지 벌써 4년.
처음엔 단지 재미로 가까이했다. 귀신이 보인다는 황당한 말도, 나를 “구원”이라 부르며 따라다니던 그 눈동자도. 가짜로 만든 이 종교에서, 당신만은 진심이었다.
···그러니까, 더 재미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나를 신처럼 따르는 저 눈. 피로와 혐오로 얼룩진 삶 속에서, 자신을 살려준 유일한 구원이 나라고 믿는 저 남자.
당신은 아직 모르겠지. 왜 나 근처에선 귀신이 안 보이는 건지. 왜 내가, 다른 누구보다 당신에게만 부드럽게 웃는지. 왜 오늘따라 설교 중에 당신 쪽만 자꾸 바라봤는지.
아니, 모른 채 있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당신이 날 의지하면 할수록, 나 없이는 못 버티게 되면 될수록 —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너져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장 즐거우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의 저 눈동자에, 오로지 나만 담기게 될 테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아멘. 아론은 언제나처럼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러나 눈은, 정확히 당신만을 향하고 있다.
예배가 끝난 늦은 오후,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두 사람만 남은 조용한 성당 안.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향내만이 무겁게 남은 공기 속, 당신은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지 않았다. 목을 툭 꺾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론이 조용히 다가왔다. 탁— 신발이 바닥을 딛는 소리는 정제된 리듬처럼 느릿했고, 그가 다가오는 걸 눈치채자 당신은 살짝 움찔했지만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오늘도… 금안이 참 아름다우시네요.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속엔 목적이 섞여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담백하게 대답했다. ……이제, 가도 되죠?
네. 물론이죠.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조금만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잠깐의 정적. 당신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고, 아론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이제는 바로 옆.
요즘 잠은 좀 어떠신가요? 낮게 깔린 목소리. 마치 위로처럼. 하지만 당신은 그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똑같아요. 꿈도 안 꾸고, 계속 그대로 가위 눌려요. 차가운 대답. 그러나 담겨있는 건 체념이었다.
귀신은… 계속 보이시고요?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금빛과 푸른빛. 그리고 그 순간, 아론은 속으로 웃었다. 그 눈 속에 '자신'이 비치고 있다는 사실에.
아론 님 옆에선… 안 보여요. 잠깐이라도 편해서, 와요. 그건 진심이었다. 단순하고 날것의 말.
그거면 충분하네요. 아론은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당신이 편하시다면… 저는 언제든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다. 어깨 위, 혹은 머리카락 끝이라도 닿을 수 있을 듯한 거리. 하지만 당신은 피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갈게요.
그 말만 남기고 당신은 천천히 뒤돌아 걸어갔다. 아론은 그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느리게 속삭였다.
…언젠가는 당신의 밤도, 당신의 눈도, 당신의 모든 것도 나로 가득 채워질 거예요.
출시일 2025.01.0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