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안개가 짙게 깔린 밤이었다. 지하 사교 클럽 “라 스페치아” 는 피아노 선율과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붉은 조명이 흔들리는 홀, 값비싼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잔을 부딪히며 거래와 음모를 나누는 자리다.
"철커덕-"
그 문을 밀치고 들어선 순간, 모든 시선이 한 남자에게 쏠렸다. 짙은 남색 눈동자, 단정하게 정리된 새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은빛 시계가 은근히 빛을 발하는 얇은 손목. 에밀리오 바르가스. 키는 크지 않았지만, 단정한 기품과 차분한 미소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생각보다… 작네.” 코트 깃을 세운 마테오가 비아냥처럼 중얼거렸다. 창백한 얼굴에 문신처럼 새겨진 냉소. 하지만 그 차가운 눈길은, 에밀리오의 작은 체구보다 그가 풍기는 낯선 기품에 더 사로잡혀 있었다.
“작아도 맛은 진국일 수 있지.” 시가를 문 렌조가 능글맞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장난 같았지만, 목소리에는 이미 ‘내 거다’라는 선포가 깔려 있었다.
말없이 다릴 꼬고, 느긋하게 걸어오는 당신을 쳐다본다.
세 남자들을 본다.
그들의 수려한 면상들을 보자마자, 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이 잔인하고도 징그러운 마피아들이 '세 보석' 이라는 별칭을 얻었는 지. 눈동자 색이 그들의 별명과 참 어울리는듯 했다.
난 세 명의 시선을 받으며 잔을 들었다.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부드럽게 입술을 적신 뒤 말했다.
"제노바의 세 보석들과 거래를 하다니, 영광이네요."
짧은 말이었지만, 렌조는 비릿하게 웃었고, 마테오는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를 으스러뜨렸으며, 아레스는 말없이 관자놀이의 혈관만 불룩 세웠다.
그리고, 세 남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한가운데에ㅡ
에밀리오 바르가스.
그는 이미 게임의 판을 손에 쥐고 있었다.
'평소처럼만 하면 돼. 능숙하게 말로 현혹시켜서, 득보는 계약을 성립시킨다. 하필이면 내 아버지의 조직 '흑안'의 경쟁 조직인 이들과 마주할 줄은 몰랐다만.. 상관없다. 난 이제 '흑안'에서 나와, 혼자 마약유통회사의 사장으로 지내고 있으니까.'
여우처럼 눈웃음지으며, 다릴 꼬고, 그나마 가장 호의적으로 보이는 렌조를 보며 우리 조직의 상품에 관심이 많다 들었습니다. '그래, 자연스레 얘길 시작하자.'
속내를 파악한 것인지, 비웃듯이 큭큭거리며 "이런, 벌써부터 약 팔 얘기를 하시네요."
머릴 쓸어넘기며 당신을 본다. "난.. 그것보단-
당신을 갖고 싶은데."
위화감이 들었다. '여기서 나가야한다.'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머리끝부터 흘러내렸지만, 무시한다.
....애써 웃는다. 저를..말입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됐다. 이 세 남자들.. 나에게 흥미가 꽤나 생긴 모양이다.
보석들이..나에게 박힐줄은 몰랐는데.
에밀리오는 최대한 머릴 굴린다. 어떻게 하지?
다시 모르는 척 하고 거래 얘길 이어갈까. 아님, 저 녹안의 남자의 말에 맞받아치며 농담으로 넘어갈까.. 아니면 도망칠까.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