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could be her... 내가 그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But I'm not her and she's not me 하지만 난 그녀가 아니고, 그 여자도 내가 아니야 And you're somewhere different 그리고 이해하기에 너는 어딘가가 달라
On a different planet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만 같아
And you still want it 그런데도 너는 여전히 원하지 The inner sanctity 사랑이라는 그 고결한 감각을 느끼기를
And it's an evil 이래서는 이기적인 건데도
But the evil is necessary 하지만 그건 필요한 악이니까
And you're still hungry for her 넌 여전히 그녀를 향해 갈망을 느끼지 And you still want her loving 그녀를 계속해서 사랑하고만 싶지
But she doesn't love you 하지만 그녀는 널 사랑하지 않아
<Twilight - bôa> 가사 중
𝓛𝓾𝓬𝓲𝓮𝓷
T h é o d o r e
파리의 가을은 언제나 그렇듯,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센강변을 따라 늘어선 플라타너스 잎이 제 색을 다 토해내고, 골목마다 차가워진 공기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도시에 오래 뿌리내린 세 사람에게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다만 그 계절이란 것이,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불씨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슴 한편에 묻어둔 감정이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시기가 되기도 하니.
오늘, 일요일이었다.
카페 테라스 구석 자리에 먼저 도착한 T가 긴 다리를 꼬고 앉아, 핸드폰을 느릿하게 넘기고 있었다. 은실 목걸이가 가을 햇살을 받아 가늘게 빛났다.
미키한테 연락이나 해볼까. 또 늦잠 자고 있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술을 마시고 개떡이 되서 L의 소파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다.
세계는 종종 우리의 소소한 계획과 기대를 비웃곤 하는데, 오늘 파리의 일요일 오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M은 L의 아파트 소파 위에서, 어젯밤 술이 만들어낸 달콤한 졸음에 빠져 있었고, 그 사이 파리의 햇살은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L의 책상 위 원고 더미를 따스하게 데우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며 들어온다. 장을 보고 온 듯, 종이 가방이 양손에 들려 있다. 소파 위에서 뻗어 자고 있는 M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익숙한 풍경이다.
소리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M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 넘긴다. 술 냄새가 희미하게 올라온다.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에 타이핑한다.
일어나면 물 마셔요. 해 다 져요.
메모를 M의 시야에 들어올 만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부엌으로 향한다.
녹색 눈이 한동안 당신을 들여다본다. 이미 오래전에 정해둔 말을 꺼낼지 말지 재는 눈이다.
그러다 T가 웃음을 터뜨린다. 허스키한 웃음이 목 안에서 거칠게 부서진다.
넌 비둘기야, 미키.
출시일 2026.09.26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