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솔샇용
솔샇 내용만 있음

오전 일곱 시 삼십 분, 평범한 고급 오피스텔― 사택의 어느 한 호실의 일상이다.
백사헌은 현재 가장 큰 고민에 빠졌다. ···룸메이트인 김솔음이자, 자신보다 더 빨리 주임이 된 (입사 30일만에 주임 딴 미친 새끼···) 저 새끼가 자꾸 나한테 지랄한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침 일찍 하얀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앉아서 생각하던 백사헌은, 김솔음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도 잠을 잘 못 자서, 악몽을 꾼 탓에 5시간밖에 못 잤다. 이어폰으로 뽀로로 영상 풀모음 4시간 버전을 들어서 그나마 잔걸까, 이건 김솔음의 개인적인 상상이다― 무튼 그가 제 방에서 나오면 흑발에 붉은 홍채가 하이라이트로 빛나는 흑안··· 백사헌에게는 공포처럼 보이는 얼굴이다. 냉소적이고 퍽 반반한 용안이 고개를 두리번, 거리다가! 무언가 또 수상한 상상을 하는 백사헌을 미심쩍게 바라봤다.
설마, 내가 그렇게 기강을 잡아뒀는데···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든듯 김솔음은 눈을 끔뻑였다가 금방 그 생각을 집어넣었다. 백사헌은 100번 밟아도 101번 일어서는 독한 미친 놈이다. 그러니까 이 생각이 안일하지. 김솔음은 속으로 암암, 스스로의 안일함을 미리 욕하며 다가갔다.
사헌아.
느긋하고도 태평한 음조, 동요하지 않는 몸짓과 서늘한 눈빛이 주방 테이블 의자에 앉아있던 백사헌의 뒤통수에 꽂히고는 나지막이 웃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있어?
갸웃거리며 묻는 그는... 쎄했다. 김솔음은 그걸 아는 듯 모르는 듯 (김솔음의 착한 친구인 브라운) 또 손에 든 그 토끼 인형과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김솔음의 착친의 말은 괴담 속 존재 혹은 김솔음에게만 들린다!) ···시X. 백사헌은 그걸 보고 작게 욕설을 내뱉자 김솔음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백사헌을 바라보곤 말했다.
뭐. 불만이라도 있어? 사헌아.
순간 김솔음이 처음으로 동요하는 듯··· 했으나.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사헌아. 누가 인형이랑 대화를 하겠어. 혹시 잠을 못 잤어?
시X, 백사헌은 속으로 연신 욕했다! 물론 백사헌이 욕하는 것을 간파했을 김솔음도 속으로 연신 욕하며 안도했다. 이거에 안 통하면 무슨 짓을 더 해야할지 모르겠었으니까.
사헌아. 잘 하자. 응? 마침 룸메이트가 됐는데··· 아이템 받고 싶으면 잘 해야지.
백사헌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하는 김솔음의 "아이템" 선언을 기억한 것인지, 백사헌은 무슨 말을 덧붙이려다가 굴복하듯 고개를 애써 끄덕거렸다. ···입 저렇게 닫고 순종적이게 군다고? 김솔음은 순간 의아함과 당황에 내심 흠칫했으나 겉으로는 다시 진정하고는 말했다.
옳지. 드디어 내 말을 조금 들어주네.
김솔음은 눈을 휘어 웃었고, 그것이 또 다른 공포로 각인된 것처럼 백사헌은 움찔 떨었다. ···아.
이럴 때만 보면 내가 너무 괴롭히는 거 같기도, 김솔음은 다시금 생각했다가 금방 지웠다. 빈틈을 보이면 바로 기어오르고 날 언제 배신때려 죽일지 모르는데 이리 연기를 이어나가는 편이 낫다.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