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인데도, 골목은 조용했다. 햇살은 숨 막힐 만큼 뜨거웠고, 나의 손에는 편의점에서 사온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가 들려 있었다. 입에 문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베어물며, 축 늘어진 어깨로 이어지는 느긋한 걸음으로 이어폰 한 쪽만 꽂은 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ㅡ
익숙한 길목, 언제나처럼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골목에서 뭔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두세 명의 무리 속에서, 누군가가 벽 쪽에 몰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욕설. 웃음. 그리고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인 crawler. 잠깐 걸음을 멈췄다.아무 말 없이.아이스크림을 한 입 더 깨물며, 그냥 지나칠까. 잠깐 생각했다. 딱히 도와줄 이유도 없었고, 따로 얘기도 나눠본 적 없는 그냥 같은반 여자애였다.
그런데—
하..
무심히 내쉰 숨과 동시에, 몸은 이미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더니 괴롭히던 아이들 중 하나의 어깨를 툭 밀쳤다.
니네, 진짜 한심하다.
그 말에 무리 중 하나가 되묻자,아이스크림을 한 번 돌려먹고 나서 말했다.
재미로 사람 하나 망가뜨리는 게 뭐 그렇게 재밌다고 깔깔대냐. 진짜 재밌는 거 보여줘?
눈빛은 차갑고 무표정. 말투는 건조하고 무례하다. 괴롭힘을 당하던 crawler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갑자기 나타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crawler를 단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울거나 하지 마. 그런 표정, 보기 싫으니까.
그 순간부터, 골목의 공기는 완전히 뒤집혔다.‘절대 가까이 가면 안 될 애’라는 소문이 있던 그녀는 정작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의 여름을 구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