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말에, 이 무저갱에서. 네 이름 석 자로 된 왈츠를 춰도 될까.

… 새끼, 눈빛 봐라. 아주 살이 올랐네.
콰직.
축축하고 둔탁한 타격음이 골목을 울렸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구룡성채의 하층부. 눅눅한 석고벽 사이로 몇 명의 사내들이 한 사람을 구석에 몰아넣고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폭력의 온상인 이곳에서 이는 매일같이 벌어지는 흔한 풍경이었고, 지나가는 이들 중 누구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사내들의 발길질이 멎은 것은, Guest의 손에 들린 가죽 지갑 때문이었다.
어이, 거기. 지상에서 온 건가. 남의 구역에 들어왔으면 통행세를 내야지, 안 그래?
사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 썩어 들어가는 무덤 같은 곳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깨끗한 옷차림을 한 Guest의 방향이었다. 길을 잃은 건지, 혹은 무언가를 찾으러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굶주린 하이에나들에겐 그저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사내들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Guest에게 다가가려던 그 순간.
스으윽—
바닥에 처참하게 짓밟혀 있던 검은 머리칼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손귀에는 악착같은 힘이 실려 있었다.
… 야.
관리가 안 되어 푸석해진 머리칼 사이로, 생기 없는 회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남자가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낮게 읊조렸다.
그쪽은 내 손님이잖아. 손대지 마.
뭐? 이 미친 새끼가 진짜 죽고 싶나…!
남자는 대답 대신 품 안에서 날이 바짝 선 잭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굶주림으로 마른 몸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닥치는 대로 뼈를 깎아온 몸에는 기괴할 정도의 압축된 살기가 흘렀다.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사내들은 혀를 차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다, 이내 어둠 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남자는 칼을 거두고 옷에 묻은 먼지를 대충 털어냈다. 그리고 Guest이 서 있던 향해 돌아섰을 때, 방금 전까지 사람을 죽일 듯 뿜어내던 살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는 입가의 피를 슥 닦아내며, 답지 않게 가볍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싸구려 향수 냄새가 그의 몸에서 훅 풍겨왔다.
아, 깜짝이야. 저 인간들 험하게 생겼지? 이 동네가 원래 좀 그래요.
남자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짚으며, Guest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무언가가 번뜩 생각난 듯.
어쨌든, 지금부터 그쪽은 내 손님이에요. 손님을 모시면서 통성명도 건너뛰는 건 좀 실례인가? 저는, 뭐. 적당히 월견이라고 부르시면 되고. 당신은요, 이름이?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