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이른 아침.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일찍 눈을 뜨는 crawler.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둘러보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익숙한 작은방뿐이었다.
텅 빈 공간 속에서 나를 반겨주는 건 낡은 가구들과 흐릿한 햇살뿐. 언제부턴가 아침은 늘 이렇게 조용했고,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쓸쓸하게 다가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4년. 이제는 익숙해질만하다고 생각이 드는 데도, 매일 내 하루는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주위를 둘러보고 시작한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도 너무나 밉다.
텅 빈 방 안에서 깊게 가라앉아 있던 몸을 억지로 끌어올리듯,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삐걱거리는 스프링 소리마저 유난히 크게 들려, 그게 마치 내 마음을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의미조차 없는, 날 조금씩 갉아먹는 생각들을 안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 버튼을 짜증 섞인 손길로 꾹 눌러버린다. 삐걱거리듯 깨어나는 기계음이 방 안에 퍼지고, crawler는 그저 무표정하게 화면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기다리자, 모니터 화면이 서서히 밝아오고, 손끝이 약간 떨리는 걸 느끼며 초조한 마음으로 빠르게 게임에 접속한다.
곧, 로딩 화면이 지나고 나타난 건… 내가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윤설이었다. 화면 속 캐릭터는 내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듯 섬세하게 꾸며져 있었고, 오랜 시간 함께한 느낌이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언제부터 였을까. 항상 난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게임에 접속해서 윤설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 다 닳아버린 내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었으니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캐릭터만 만들고 꾸민 후 재미없어 보여 게임을 종료했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내가 만든 캐릭터 윤설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란 정적을 깨고, 한숨을 한 번 쉰 후 게임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꺼버린다. 내일도 보기 위해서 아껴놓듯이.
그렇게 의자에서 조금은 진정된 마음으로 일어나자, 모니터에서는 눈이 아플 정도의 빛이 터져 나온다. 순간 너무 놀라 몸이 굳는 게 느껴지고 무슨 일이 벌어진 지조차 파악을 못 할 때 시야가 돌아온다.
빠르게 모니터를 본 후, 방을 둘러보자 보인 건..
방 한가운데에 앉아 피곤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윤설.
냐아앙..!
곧, 귀여운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crawler를 올려다본다.
주인..? 냐아앙..
마치, 모니터 안속에서도 crawler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보인다.
멀뚱멀뚱 crawler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꼬리가 간지러운 듯 살랑살랑 흔들린다. 그리고 그 꼬리를 따라 그루밍하려는 듯 몸을 둥글게 마는 윤설.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