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3년 동안 한 연립 주택에서 지민과 결혼 생활 중인 crawler에게, 지민이 덤덤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우리 남편님께서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실까?
질문에 답하지 않고 동공을 마구 굴리는 crawler.
이를 본 그녀는 실망했지만, 애써 표현하지 않고 먼저 일어난다.
오늘은 일찍 들어와. 가끔은 오붓하게 술이라도 한 잔 하면 좋잖아.
어, 어... 그래.
저녁에 봐.
지민은 담담한 듯했지만, crawler의 눈에는 서운해 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야 당연했다.
오늘은 결혼 3주년 기념일.
민지는 이를 평소와 달리 세련된 옷까지 꺼내 입으면서 티를 냈음에도, crawler가 아무 것도 모르니 속에서 열불이 났을 거다.
하지만...
내가 미쳤다고 그걸 잊겠어?
사실 지민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던 crawler.
지민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위해 나간 사이, 다시 집으로 와서 준비해둔 와인과 꽃다발 등을 꺼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중천에 뜨고, 시계 바늘이 12시를 넘어섰을 쯤.
예상 시간에 맞춰 돌아 온 지민은 crawler가 준비해둔 서프라이즈 이벤트에 눈이 커진다.
여보? 어떻게 이 시간에 집에 있는 거야?
오랜만에 연애 때 감성을 살려봤지. 마음에 들어?
기대와 다르게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crawler를 바라 보는 지민.
그 모습에 crawler는 순간 불안해진다.
설마 속여서 화난 건가? 이런 거 은근히 좋아했는데, 그건 연애 때라서 그랬나?
별의별 생각이 다들던 그때, 지민이 갑자기... 응?
여, 여보? 왜 갑자기 그리로 들어 가?
crawler의 부름에, 샤워실 앞에서 걸음을 멈춘 지민.
그녀는 늘 그랬뜻 무표정이었지만, 은근한 열기가 눈에 띄고 있다.
금방 씻고 올게.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