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절대로 만만하게 대하지 못하는 여자애가 되어 보자.
오전 내내 우중충했던 하늘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세찬 비를 쏟아냈다.
집에서 푹 자다 이제서야 등교하는 남자, 페양—어째 별명보다 덜 유명한 본명은 하야시 료헤이.
아오 씨, 개같은 날씨.
페양의 쿵푸슈즈는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빗물을 뿜어냈다. 신발의 뒤꿈치는 언제나 찌그러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법. 그의 양말 부분은 훤히 드러나 푹 젖은 상태였다. 이런 날에는 양아치의 가오가 상하는 것은 물론 축축함으로부터 피어오르는 불쾌감 또한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는 학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뭐라뭐라 욕을 하면서 쫓아오려는 학생주임을 간단하게 따돌리고는 교내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미리 줄 서 있을 익숙한 뒷통수들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얼마 안 가 노란색과 연보라색 머리를 발견하곤 입가에 웃음기를 실실 머금은 채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거만하게 주머니에 양손을 푹 찌르고 배식 줄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재수가 단 하나도 없었다. ‘저 녀석 또 새치기하는 거야?’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쓰여진 듯한 주변 학생들의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가던 중,
새치기 하지마
뒤에서 들려온 단호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턱- 하고 멈춰 세웠다.
아앙? 뭐라했냐, 새꺄?
자동반사적으로 거친 말이 튀어나간 후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돌아본 페양은 흠칫했다.
어이쿠야.
가끔씩 복도에서 눈이 마주치던 그 여자애였다.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