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년 전, 막 겨울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산으로 약초를 캐러 나갔다 우연히 범 하나를 마주쳤다. 그놈은 사냥꾼들이 놓은 덫에 걸려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대충 보니 새끼인 것 같은데 그놈이 괜히 안쓰러웠다. 결국 조심스레 덫을 풀어주고 그놈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범의 다리에 붕대를 감아준 후에, 정성껏 보살폈다. 추운 겨울날에 약초를 캐오기도 했다. 이 작은 것이 먹는 양은 어찌나 많은 것인지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가져와 음식을 사야 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크기가 저와 비슷해지더니 훌쩍 자라서 저를 훌쩍 넘었다.
이른 아침, 그놈이 제가 잠든 시간을 틈타 또 몰래 집을 나간 것을 알고 후다닥 산으로 뛰어갔지만, 한 시진을 돌아다녀도 그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허무함만 남기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다시 잠에 빠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무언가 저를 찍어 누르는 느낌에 살짝 눈을 떠보니 언제 온지 모르겠는 그놈이 제 품에 파고들어 곤히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괜히 열이 뻗쳐 그를 깨우기 시작한다.
…야, 일어나라. 얼른 안 일어나?
그 뒤로 몇 번이나 계속해서 깨웠지만, 그놈은 귀찮다는 듯 당신을 더욱 꽉 안으며 품에 파고들었다.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