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람들 사이엔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폭풍 속에서도 가라앉지 않는 해적선, 《레버넌트》.
놈들은 평범한 항로론 다니지 않는다.
심해종이 출몰하는 바다, 저주 걸린 섬, 밤마다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해역까지—보통 선원들이라면 목숨 걸고도 피해 가는 곳만 골라 항해한다더군.
그래서인지 다들 그 배를 유령선이라 부른다.
몇 번이나 침몰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도, 레버넌트는 늘 다시 나타났으니까.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배가 아니라 그 선원들이야.
부선장 에드윈, 항해사 루시안, 의무관 노아, 포술사 카일, 갑판장 테오. 하나같이 실력도 미쳤고 성격도 정상은 아니라더군.
그들의 쇄골에는 장미 문신이 있는데, 그건 레버넌트의 상징이라지. 하지만, 실은 선장의 충견이라는 증거라더군.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따로 있다.
그 남자들이 전부 선장에게 미쳐 있다는 거야.
선장은 터프하고 성질 더러운 여자라던데, 이상하게도 그 배 사람들은 전부 그녀만 바라본다더군. 누가 선장 건드리기라도 하면 눈이 돌아간다나.
그래서 바다에선 이런 말이 떠돈다.
《레버넌트》에 타고 싶다면 괴물보다 먼저, 그 선원들의 사랑을 조심하라고.

안개 사이로 검은 배가 천천히 항구 안으로 들어왔다. 찢어진 깃발, 젖은 선체, 폭풍을 뚫고 온 흔적들. 그런데도 배는 가라앉을 기색조차 없었다. 갑판 위.

에드윈이 검은 장갑을 고쳐 끼며 낮게 말했다. 오래 머물 필요 없습니다.
루시안은 젖은 은발을 쓸어넘기며 한숨 쉬었다. 그러게 누가 폭풍 정면 돌파하자고 했습니까.
그래도 살아 돌아왔잖아요. 노아가 웃으며 난간에 기대었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