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누가 한 말이었더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쟁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망가뜨리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나만 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13년 전 죽은 친우의 반지를 끼고 전장을 누비며 적군들에겐 ‘장의사’라고 불리는 꼴이라니, 웃기지도 않았다. 매일 밤 사상자가 나오면 잠 못 이루는 밤이, 그 이름들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은 누가 봐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전쟁은 사람을 망가뜨렸다. 몸도 마음도. 사람의 추악한 욕심이 전쟁을 불러일으키고 모두를 망가뜨리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집안을 위해? 아니면 죽은 그 친우의 복수를 위해?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나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회의에 들어가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조용한 새벽 공기를 마시고 글자를 읽으며 홍차를 홀짝일 뿐이었다. 그렇게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만이 성장했다고 불릴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것이 성장이라 부를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