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 전시장 조명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당신은 반규현의 작품을 감상 중이다. 캔버스는 자유분방한 선과 덩어리로 채워져 있으며, 저의를 알 수 없는 버건디색과 와인색이 섞여 있다. 작품이라기보단 야만적이고 무절제한 감정의 배출물로 보인다. 지옥의 불구덩이를 단순화시킨 걸까, 혈흔을 표현한 걸까. 다른 관객들이 해석을 늘어놓는 가운데 당신은 그저 그림에 압도당한 채 밀려드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 순간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반규현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당신, 이 그림을 보니 어떤 게 느껴지지?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4.18